밤새 내리던 거센 비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서울과 경기도, 충청남도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혹시나 차가 많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향했다. 평소면 인천공항까지 1시간 조금 넘으면 가능했지만 역시나 비 때문인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공항에 도착하여 환전과 로밍을 한 후에 출국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시간은 넉넉했기에 잠시 라운지에 들려서 사치스러운 휴식을 취했다.
2년 만에 다시 떠나는 가족 여행.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나와 아내, 아들까지 처음 떠나는 이탈리아. 텔레비전에서만 봐왔던 그곳이 너무나 궁금했다. 라운지에 앉아서 아내가 선물해 준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라는 책을 펼치니 더욱 빨리 이태리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야속하게 거센 비 때문인지 우리 비행기 연착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원래 13시 20분에 출발 예정이었지만, 14시 20분으로 1시간 출발이 늦춰진 것이었다. 그 시각에 맞춰서 게이트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태리 여행을 기대하며 게이트 앞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정확시 13시 45분 게이트가 열리면서 입장이 시작되었다.
로마행 대한항공 항공기와 탑승 수속
떠날 준비를 하면서 기대되는 순간, 다시 기내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30분 정도 늦은 14시 50분에 출발한다는 이야기. 점점 늦어지는 것이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출발 시각이 되어서는 40분 정도 더 늦어진다는 기장님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결국 우리 비행기는 일정보다 약 2시간 10분이 늦은 15시 30분에 인천공항을 이륙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로마까지는 비행시간만 약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내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잠을 청하고 다시 두 번째 식사를 하고 그렇게 긴 시간을 비행해야만 로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점 운항 안내 화면에서 로마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의 늦은 출발 때문인지 우리 비행기는 예정된 19시보다 늦은 로마 시각으로 21시경에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이태리의 멋진 노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눈에 보이는 이탈리아 반도. 살짝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이제 긴 비행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21시 05분에 정확히 로마 공항에 무사하게 안착을 했다. 계산을 해보니 집에서 나온 지 정확히 20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길고 긴 여행이었다.
이제 공항을 나가서 숙소로 가면 오늘 일정은 마무리된다. 앞사람들을 따라서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그냥 눈치껏 따라가는 것이다. 같은 항공기에 내린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입국 심사 근처에서 행렬이 두 갈래로 나눠졌다. 14살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은 오른쪽, 성인들은 왼쪽. 오른쪽은 일일이 사람들이 확인하는 긴 줄을 통과해야 했고, 반대편은 기계로 살짝 여권 스캔만 하고 통과하는 줄이었다. 입국 수속을 하면서 시간이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근데 심사관 앞에 가니 너무나 허무. 그냥 얼굴만 보더니 도장을 땅땅땅.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짐 검사는 없이 바로 입국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완벽히 입국장을 나온 시각은 오후 9시 50분. 바로 앞으로 이어지는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미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고 저 앞에서 안내요원들이 한 팀, 한 팀 택시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근처에 요금표가 있었는데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요금은 50유로로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가족(짐이 4개 이상)이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1~2명은 바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3명이라서 10시 10분에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기사님에 우리 숙소 주소를 알려주니 알았다면서 곧장 우리 숙소로 향했다. 로마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40여분이 걸렸다. 오는 도중 멋진 건물들이 보이는데, 그제야 이제 로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 현지 시각 오후 11시. 드디어 우리가 예약했던 숙소에 도착했다. 집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여 로마 호텔에 도착한 우리 정확히 22시간이 걸린 대장정의 여행길이었다. 아이는 피곤하다며 샤워를 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나와 아내도 내일 있을 바티칸 투어를 기약하며 바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이태리 여행 첫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