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바다를 품은 명풍 소나무 숲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
카톡 문자를 받고 나는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고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의 대기예약을 걸어두었는데 덜컥 예약이 확정된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수 차례 추첨 신청과 대기 예약으로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만 하던 희리산 휴양림이었다. 이번에 당첨이 되었다는 문자를 보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 7월 초까지 진행되었던 숲 속의 집 리모델링 사업 때문에 사전 예약이 닫혀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이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천까지 달렸다.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서천 IC에서 자연휴양림까지는 약 10여분을 더 들어가야만 했다. 입구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이라는 표시가 크게 붙어있었다. 명품 숲을 즐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희리산 해송휴양림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지나니 크게 펼쳐진 오토캠핑장에 먼저 눈에 보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를 주차하고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분주하게 오토 캠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팀은 의자를 이미 의자를 펴고 책을 읽거나 테이블에 둘러 않아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진정한 캠핑의 계절, 여름이 온 것이 분명했다. 차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니 숲 속의 집 구역 표시가 눈에 보였다. 이곳에는 9개의 숲 속의 집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크기를 보니 대부분이 4인용 방인 듯했다.
숲 속의 집 모두가 비슷한 모양이고 창은 그리 크지 않았다. 날씨가 더워서일까? 대부분 이용객들은 밖에 있는 데크로 나와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옹기옹기 모여 있는 숲 속의 집들을 보니 마치 스머프가 살고 있는 신비한 숲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곳은 주차 공간도 넓지 않기에 몇 대 정도는 숙소 앞이 아닌 오토캐핑장 인근이나 개울 건너편에 주차를 해야 할 듯했다.
오늘 우리가 예약한 방은 가장 안쪽에 있는 609호실 접시꽃방.
접시꽃방은 가장 안쪽에 위치하여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방이었다. 밖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근사한 탁자가 있어서 길게 뻗은 소나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밤에는 이곳에 앉아서 와이프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시기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짐을 정리하면서 숙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여니 서너 명 누울 수 있는 방과 화장실, 주방이 있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당히 깔끔했다. 작은 도심의 신축 원룸 느낌이랄까?
다만 입구 쪽에 이불장이 크게 있는데, 그 공간이 창문과 출입문 사이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공간이 작아 보이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창도 통창이 아니기에 개방감이 크지 않았고 뒤로 이어지는 창문도 경사 때문에막 막힌 느낌이었다. 입실 정원이 4명이지만 모두가 눕기에 그리 넓지 않은 구조라서 조금은 아쉬웠다. 다만 문을 열고 나오면 멋진 해송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희리산 자연휴양림의 가장 매력적이었다.
짐을 풀고 휴양림 나들이를 나섰다. 작은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니 작은 개울이 나타났고 건너편에는 확 트인 주차장이 나왔다. 그 앞에 산림복합체험센터가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서 문을 닫았지만 평소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17시까지 목공예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 뒤쪽으로는 멋진 연못이 있었다. 연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공간으로 근사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여기부터는 뒤쪽의 야영장까지 하늘높이 뻗는 소나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족끼리 손을 꼭 잡고 걷기 좋은 길이었다.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시원한 소나무 그늘 속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오붓하게 산림욕을 즐기기 최고의 길이었다. 바로 그 길 옆에는 연립동이 있었는데 대가족이 희리산 휴양림을 즐길 때 이용하기 유용한 숙소로 보였다.
날씨가 더워서 살포시 개울가로 내려갔다. 무더위 때문인지 개울은 말라있었지만 몇몇 곳은 잔잔히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손을 담가보니 얼음처럼 참으로 시원했다. 더위가 싹 사라졌다. 비가 조금 더 내린다면 깊이가 적당하여 충분히 맑은 개울물 속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듯했다.
이제 발걸음을 돌려서 입구 쪽으로 다시 향했다. 오는 길에 작은 매점을 봐서 뭐가 있나 궁금했다. 길게 이어지는 소나무길을 따라서 걸어가니 입구에 위치한 희리산 매점이 나왔다. 시원한 음료부터 라면, 과자 등이 있었고 바비큐 시설도 대여를 한다고 했다. 음식만 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장비를 대여해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괜찮을 듯. 다만 오후 7시 30분에 문을 닫아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읍내까지는 거리가 꽤 되기에 이곳 매점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리산 해송 자연휴양림 앞에는 근사한 호수가 하나 있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정도로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 또한 멍하니 벤치에 앉아서 그 풍경을 즐겼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향긋한 소나무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푸른 바다소나무의 향기와 맑은 호수, 잔잔한 계곡물이 그리울 때 희리산 자연휴양림을 찾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