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다시 한국으로!
2003년 11월 어느 날, 아침 일찍 배낭을 챙겨서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향했다. 1년 동안 정들었던 호주를 떠나는 날이었다. 몇 달간 함께 머물었던 홈스테이 가족들이 나를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다.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도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할렛코브 너머의 푸른 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침 햇살이 따사로웠다. 1년 동안 호주에서 경험했던 추억들이 하나둘씩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웃고 울고, 때론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실 원대한 청춘의 꿈을 가지고 호주로 향했지만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1년을 하면서 특별히 바뀐 것은 없었다. 많은 돈을 벌지도 못했고, 영어가 크지 늘지도 않았다. 나란 존재의 나약함으로 인해 혼돈과 혼란에 빠졌던 철없던 시간이었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은 크게 넓어졌고, 호주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내 삶의 버킷리스트 몇 가지를 지울 수 있었던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어찌 되었던 호주 생활은 아쉽고 후회 가득한 시간이었다.
호주에서 돌아와서 다시 아르바이트 전쟁을 시작했다. 호주에서 모아 온 돈이 없었기에 다시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호주에서 배운 서바이벌(?)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 영어 학원에도 등록을 했다. 그 당시 토익 시험을 처음으로 봤는데 다행히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취업 커트라인은 넘을 정도의 성적은 얻을 수 있었다.
다음 해 나는 다시 대학에 복학을 했다. 마지막 남은 4학년 2학기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95년 3월에 입학하여 97년 5월에 입대하여 공군에서 30개월을 보낸 후, 학원 강사를 1년 반하고 호주에서 1년. 그렇게 계산하니 대학만 10년을 다니고 있었다. 어느덧 나는 대학 10년 차 학부생이 된 것이었다.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 보니 아는 얼굴은 전혀 없었다. 전공과목과 부전공 과목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다. 동기들 대부분은 1~2년 전에 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대학원에 다니던 친구들도 모두가 졸업을 하거나 유학을 떠난 상태였다. 캠퍼스에서 홀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덕분에 2004년의 마지막 학기는 오롯이 공부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개강하면서 조용히 도서관에 앉아서 취업을 준비했다. 사실 공부보다는 본질적인 업(業)에 대한 고민이었다. 무슨 일을 할까? 어떤 직업을 택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언론정보학 부전공을 선택하면서 솔직히 나는 언론계나 광고 쪽 일을 하고 싶었다. PD나 기자, 또는 광고대행사나 기업홍보업무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공이 기계공학이었기에 그 틈을 뚫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민이었다.
시간이 날 때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언론인이 된 사람들이 쓴 책을 읽었고, 직접 언론계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선배들은 열정과 자신감만 가지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내게 자신감을 주었다. 솔직히 선배 언론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취업준비생인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YPM에서 배운 상품기획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선은 대기업에 들어가고 틈틈이 공부를 해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3월부터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S사와 H사, L사 등의 취업 공고가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이제 도전해야할 때다. 세상으로 나갈 나만의 승부수를 던질 시간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