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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4. 2022

제주도 바람부는 날에는 박물관으로

국립제주박물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오늘 제주 날씨는 흐림이었다. 단순히 구름 낀 날씨가 아닌 바람까지 강하게 보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아침부터 나무를 흔드는 거센 바람을 확인해보니 초속 8~9m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체감 기온도 어제보다 6~7도 정도 떨어진 쌀쌀한 날씨. 비는 오지 않았지만 외부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 예정되었던 올레길 걷기를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기로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장소가 아이 학습을 위한 역사 박물관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간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가격도 비싸고 거리도 멀었기에,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제주시의 공립 박물관들을 택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전경과 입구, 안내도

이곳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한 자료를 모아놓은 박물관으로, 최근 리모델링되어 깔끔하게 단장된 국립 박물관이다. 국가에서 운영하기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역사를 다룬 상설 전시관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전시관과 몰입형 아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실감 영상실이 있어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공은 박물관 내부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이었다.

어린이박물관

어린이 박물관에는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라산과 백록담의 설화. 은하수를 손에 잡을 수 있다고 하여 한라산이라는 명칭이 생겼고, 하얀 사슴이 물을 마시며 논다고 하여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속의 담긴 산신령과 사냥꾼의 이야기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를 비롯하여 제주도의 여러 설화를 다룬 체험형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제주 문화를 오감을 활용해 체험할 수 있는 15가지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최첨단 ICT 기술을 융합하여 마치 게임처럼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오늘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 다수가 하나하나 빠짐없이 체험하면서 어린이 박물관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직접 디자인한 종이배를 만들어 이를 디지털을 활용해 가상공간에 띄우는 체험과 제주 지역 해녀분들과의 영상 통화 체험, 제주 전통집들의 대한 다양한 체험 등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담당 직원분들이 박물관에 상존하시면서 자세히 도와주는 모습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다녀본 여느 어린이 박물관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가성비 면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어린이 박물관에서 40분 정도의 체험을 마친 후에 지하에 있는 실감영상실로 자리를 옮겼다.

실감 영상실은 디지털 기술로 만든 몰입형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빛의 벙커'와 유사한 공간이었다. 현재는 제주도에 관한 2개 주제의 특별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첫 번째는 '표해, 바다 너머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1770년 제주 출신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던 중 풍랑을 만나서 표류하다가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는 역경의 과정을 12분의 영상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제주  심원의  명상'이라는 주제로, 제주의 탄생의 기원부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11분 영상으로 담은 것이었다. 영상은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현실감 있게 구성되었으며, 제주의 자연을 시각과 청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국립제주박물관 실감영상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상설 전시장으로 이곳에서는 제주의 석기시대부터 탐라국과 고려, 조선 시대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박물관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는 18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제주로 이동하여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고대 삼국시대에는 탐라국이라는 독자적인 문화 양식을 가지고 생활을 했고, 고려시대에는 탐라군으로 편입되어 삼별초의 마지막 항전 기지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유배를 왔고, 그때 들어온 학자나 정치인들로부터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상설 전시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상설 전시장

국립제주박물관은 어느 박물관보다 알찬 컨텐츠가 있었고, 입장료도 없었기 때문에 가성비로는 최고였다. 체험하고 간단히 둘러본다면 2시간 정도면 충분했고, 하나하나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면 3시간 정도의 시간을 잡으면 박물관을 모두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제주도라는 섬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국립제주박물관을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우리 가족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두 박물관은 2.5km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량으로 10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도의 문화와 자연을 테마로 담은 전시관으로, 민속 유물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태까지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일부 공간을 공사하고 있었기에 제주바다전시관과 민속 전시관 일부, 그리고 외부의 암석과 석물 전시장만 공개하고 있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우리가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바다전시관. 제주 바다에 사는 다양한 해양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으로

실제 수족관은 아니지만 수많은 바다 생물들의 모형을 만들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특히 실제 고래뼈를 전시해 놓은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제주 앞바다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관이었다.

제주바다전시관

제주바다전시관에서 나와서 일부 공개된 민속 전시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전통적인 삶을 표현한 여러 장면들이 연출되어 있었으며 제주도의 전통 가옥과 고깃배 등을 볼 수 있었다. 전시물의 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다만 아직 전체 전시관을 모두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었다. 7살 아들도 그런 것이 아쉬웠는지 "다음에 또 한 번 들리고 싶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속 전시장 내부 모습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제주도의 화산암들을 볼 수 있는 암석 전시관과 돌로 만든 다양한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돌문화를 '믿음이 담긴 돌', '생활을 위한 돌'이라는 주제로 묶어서 전시를 하고 있으며,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돌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전시물뿐만 아니라, 외부에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산책 하기에도 정말 좋아보였지만, 오늘은 바람도 심하고 체감온도가 꽤 쌀쌀했기에 빨리 관람을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석물 전시관을 마지막으로 제주민속자연박물관을 나왔다. 아직 완성되지 않는 전시관이었지만, 둘러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전체를 둘러보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기대가 적어서였을까? 두 개 박물관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나와 아내, 우리 아이가 함께 제주를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민속자연사박물관 앞에는 유명한 제주 국수집들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들려볼만 하다. 13일차도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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