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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클랜드! 또다시 찾아온 악몽!

오클랜드, 아고다홈, 2022년 최악의 마지막 날

by Wynn

12월 31일 오전의 호비튼 마을 여행을 마치고 오클랜드로 향했다. 오클랜드에서 뉴질랜드 여행을 마무리하고 1월 4일 비행기 귀국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남은 일정이었다. 12월 31일부터 1월 4일까지는 아고다홈에서 예약한 오클랜드 시내의 아파트에서 묵기로 예약을 하고 속소로 향했다. 근데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이 있었다. 3일 전 통보되어야 할 체크인 방법에 대한 연락이나 메일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소지가 전통 호텔과 아파트를 같이 운영하는 큰 규모의 건물이었기에 안내 데스크에서 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숙소로 향했다.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호텔에 도착해서 확정된 바우처를 데스크에 보여줬다. 근데 담당자 표정이 이상했다.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그 객실은 외부에 판매된 프라이빗 아파트라며 내가 직접 집주인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예약확정하며 아고다에서 보내준 메일이나 확정 바우처를 모두 살펴보았지만 집주인의 연락처는 없었다. 급하게 싱가포르 아고다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대기에 대기를 하다가 10여분만에 겨우 연결이 되었다. 초보 영어로 어렵게 사정 얘기를 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정말 3시간 같은 30분을 로비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니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집주인 연락처를 메일로 보내준 것이었다. 곧바로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화하면 모든 게 해결될지 알았지만 집주인은 뉴질랜드식 발음으로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신들은 그 집을 6개월 전에 팔았고 지금은 오클랜드에 집이 없다"라고. 눈앞이 깜깜했다. 가 예약한 방에 들어갈 방법이 전혀 없었다. 또 다시 전화를 했다. 잘 연결되지도 않는 아고다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국제 통화로 또 10여분 정도가 지나서 연락이 되었지만 이런 사정을 영어로 소통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 다시 재연결에 재연결. 로밍 요금이 올라간다는 문자가 떴다. 다시 몇 분 후에 다리고 기다린 한국어 담당자에게 겨우 연결이 되었고 사정을 얘기했다. 우선 죄송하다며 대체 숙소를 찾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12월 31일 이 동네에서 방을 구하기 가장 어려운 날이었다. 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초조한 우리 가족에게 대체 숙소 하나를 알려주었는데 7살 아이를 데리고 짐을 가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멀었다. 렌터카도 반납한 상태라도 이동이 쉽지 않았다. 다시 근처의 숙소를 요청하니 몇 분후에 650미터 떨어진 오래된 아파트를 소개해줬다. 길에서 2022년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없었기에 그 대체 숙소로 무거운 짐 4개와 각자 가방을 메고 이동했다. 그 거리가 정말 멀어보였고 해는 서서히 지고 있었다.

새롭게 예약한 아파트에 도착하여 다시 체크인을 하려고 방금 아고다 센터에서 보내준 바우처를 보여줬다. 근데 또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직원은 무뚝뚝하게 "오버부킹으로 방이 없다"며 "다른 숙소를 찾아보라"고 했다.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는 정말 멘붕이었다. 로비에 짐을 내려놓고 아고다 쪽과 다시 통화하려고 했지만 국제통화 대기만 십여분 연결은 되지 않았다. 연결이 되어도 다시 연락 준다는 말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10분...30분... 1시간... 2시간...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가 초조했고 불안했다. 스트레스는 초고조로 올라갔다. 노숙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더욱 커졌다. 숙박비도 이미 지불된 상황이라서 다른 숙소를 결제하면 환불도 불가한 상황이었다. 아고다에서 오는 전화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로비에서 멍하니 어린아이와 함께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데스크 직원이 아이에게 과자를 건넸다. 그리고 하루와 같은 2시간 반이 지나서 그 직원이 내게 다시 다가왔다.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어떠냐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이 방은 내가 결제한 금액의 절반 가격 수준이었다. 싫다고 했다. 아고다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다. 내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에 데스크 직원이 다시 내게 왔다. 금 취소 연락이 왔다며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우리에게 배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3일 숙박 후에 다시 하루는 방을 옮기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5시간 악몽을 마치고 오클랜드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 처치 첫날보다 더욱 심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또 일어났던 것이었다. 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아이도 나도 아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숙소근처 성당

숙소에 짐을 푸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드디어 아고다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다. 화가 너무 많이 났지만 침착하게 가능한 감정을 억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담당자는 진행상황을 물었고 숙소에 다시 연락하여 비용처리에 대해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또한 위로차원에서 아고다 캐시 100여 불을 준다고 했다. 이게 끝이었다. 직원의 사과와 아고다 캐시.

욕이 나올 정도로 화가 났지만 아내 말대로 그냥 참기로 했다.

어찌 되었건 12월 31일 숙소 체크인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2022년 올해 가장 긴 하루였다.

2023년 00시 오클랜드 불꽃쇼

그날밤 한국보다 4시간 먼저 뉴질랜드에 2023년이 시작되었다. 스카이타워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12월 31일이 지나가고 2023년 1월 1일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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