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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촬영지 호비튼을 가다

호빗마을 호비튼

by Wynn

오늘은 20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 인생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가을 뉴질랜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올해의 마지막 날에 어디를 찾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고 고민을 했다. 뭔가 특별한 장소에서 2022년의 마지막 날과 2023년의 첫날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결정한 곳은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호빗 마을 '호비튼'이었다. 절대 반지를 찾기 위한 거대한 여정의 시작점을 마련해 준 조용한 호빗들이 사는 마을, 그리고 그 긴 여정의 끝을 장식하며 마무리하는 마을이 바로 호비튼이었다. 내 인생 전반전의 마무리하는 2022년의 마지막 날. 거대한 반지의 제왕 스토리의 시작이자 끝을 장식하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호빗마을 영화촬영장을 찾고 싶었다.

어제 묵었던 호텔에서 호빗마을까지는 자동차로 20분 정도가 걸렸다. 우리는 9시 40분 투어를 예약했기에 오전 8시 30분쯤 숙소를 출발하여 호비튼 마을로 향했다. 오전 9시 세트장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서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우처를 티켓으로 바꾸었다. 나와 아내는 뉴질랜드 달러로 각각 89불, 아이는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10분 단위로 투어버스가 입구에서 세트장으로 이동을 했고, 우리는 다행히도 자리가 조금 남아서 9시 20분 투어팀에 추가로 합류해서 일정보다 조금 빠르게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호비튼 마을 입구와 셔틀 버스 정류장

9시 20분 셔틀버스를 타고 호빗마을로 향했다. 호빗 마을 세트장은 일반 목장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버스를 타고 양 떼들이 사는 목장 안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약 10분여를 더 달려서 호비튼 세트장 입구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25명 정도가 내려서 가이드 주위에 모였다. 잠시 가이드가 투어 참여자들의 국적을 물었다. 미국에서 5명, 홍콩에서 4명, 대만에서 4명, 호주에서 5명,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3명, 나머지는 모두 뉴질랜드 국적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투어팀이었다. 호빗마을 투어는 약 1시간 30분 정도 하나하나를 돌면서 영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행이 되었다. 호비튼 마을의 들어가는 입구는 영화에서 간달프가 마차를 타고 가면서 프로도와 만나는 장소였다. 입구를 들어서는데 그 장면이 생각이 나서 살짝 온몸이 전율했다. 마치 내가 반지의 제왕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눈에 호빗 마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셔틀 버스와 세트장 입구, 설명하는 가이드
호빗 마을 입구

호빗 마을은 1998년 반지의 제왕 촬영팀이 하늘에서 촬영지를 찾던 중 발견을 했다. 이곳은 알렉산더 가족이 양과 소을 키우는 목장이었는데, 1999년 양측의 협상을 통해 농장 일부를 세트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락하여 세트장이 건설되었다고 한다. 지방도로에서 연결되는 도로도 만들었고, 촬영을 위해 400여 명이 활동 가능한 베이스캠프 지역이 먼저 건설되었다. 그리고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에는 37개 호빗의 집과 정원, 돌다리와 방앗간 등이 만들어졌다. 이 세트장은 반지의 제왕을 비롯하여 호빗의 중요한 촬영지로서 활용이 되었다. 영화를 본 내게는 상상 속의 꿈같은 장소로 기억이 되었고, 꼭 한 번 찾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이기도 했었다. 호빗의 집들과 작은 연못, 그리고 오솔길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가이드가 영화 속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영어가 부족한 내가 알아듣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눈치껏 파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호빗 마을의 아기자기한 소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기자기한 호빗의 집들
잘 관리된 호빗 마을의 소품들

오솔길을 걸어서 마을의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던 배긴스의 집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로도 배긴스가 안내 팻말을 적어놓던 그 장면을 보는 듯한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영화의 주인공들이 문을 열고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내가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이곳은 호빗 마을 집들 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실내도 특별한 경우 출입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일반 투어 여행객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인기 때문에 다들 이 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잠시 뒤를 돌아서 호빗 마을을 바라보니 마을 전체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호빗 마을 최고의 풍경이었다.

배긴스의 집
언덕에서 바라본 호비튼
배긴스 집 아래의 작은 호빗 가옥

배긴스의 집을 뒤로하고 다시 언덕 아래로 투어는 계속되었다. 중간중간 예쁘게 단장된 호빗들의 집들이 이어졌고, 모든 것이 최고의 포토존이었다. 우리 가족도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을 찾아서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추억을 담은 의미 있는 사진들을 남겼다. 가이드는 물론, 서로서로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오솔길을 걸어서 호빗 마을 앞의 큰 잔디 정원으로 내려온 다음에 우리는 마지막 투어 장소인 드래곤 가든으로 이동했다. 드래곤 가든로 가는 길에는 반지의 제왕 첫 장면에서 간달프가 타고 온 마차가 전시되어 있었고, 예쁜 호수를 건너는 아치형 돌다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영화에서 나온 그래로의 풍경이었다. 조심조심 돌다리를 건너서 드래건 가든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호빗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술 한 잔 하는 식당과 바가 있었고, 마구간과 대장간 등도 있었다. 마을의 공용 공간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투어 참가자들에게는 무료로 무알콜의 생강으로 만든 맥주가 제공이 되었다. 맥주는 청량감도 좋았고 갈증을 풀기에 적당했다. 여기에서 약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 가족은 잠시 호수를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간달프가 타고 온 마차와 예쁜 아치교, 그리고 드래곤 가든

드래곤 가든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모두가 다시 가이드 곁에 멈췄다. 이제는 호비튼 투어를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우리는 호수 옆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버스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호빗 마을 전체를 다시 둘러보는 코스였다. 호수와 호빗 유닛 등이 마지막으로 그림처럼 펼쳐졌고. 우리 투어팀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모든 투어가 10분 단위로 이어지고 있었기에 각자의 팀들이 섞이지 않도록 시간 관리는 철저히 하고 있었다. 약 2시간 정도의 설레었던 호빗 마을 투어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시 자동차에 올랐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 올라가 다시 매표소 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양 떼들이 우리 차를 가로막았다. 목장 한가운데 세트장을 가는 차도가 지나고 있었기에 가는 중간중간 양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양들의 천국이었다. 다시 약 10분을 달려서 우리는 호비튼 입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비튼을 뒤로하고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오클랜드로 향해 차를 몰았다.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을 맞이할 오클랜드. 뉴질랜드 여행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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