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와 숲 속의 노천 온천 호텔
티키타푸 호수와 오코로이레 온천 호텔
2022년 12월 30일 오늘은 뉴질랜드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전 10시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 오전에 우리 가족은 로토루아 근처의 티키타푸(Tikitapu) 호수 주변을 걷기로 했다. 티키타푸 호수는 로토루아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호수인데,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로 뽑힌 곳이라고 했다. 호수의 물이 너무나 맑고 호수의 색도 짙은 파란색으로 보여서 '블루 레이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토루아 지역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최고의 휴양지 호수이면서, 호수 둘레길을 천천히 트래킹 할 수 있는 장소였다. 호수 입구에는 뉴질랜드 탑 10 홀리데이 파크가 있어서 이곳을 지나는 캠핑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장소였다. 우리도 블루 레이트의 경치를 즐기며 산림욕을 하기 위해 티키타푸 호수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0시 30분 정도. 이미 호수 주위의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물놀이와 수상 레포츠를 즐기고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바비큐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었다. 테카포나 푸카키처럼 신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 풀장으로는 최고의 장소였다. 물도 그대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다.
티키타푸 호수 (블루레이크)우리는 주차를 하고 호수 오른편으로 향했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곳에서 호수 주위를 걷는 트래킹 코스가 시작되었다. 전체 거리는 5.5km이고 약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둘레를 돌아볼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아내와 아이가 먼저 숲길 속으로 들어가고 내가 가장 뒤를 따랐다. 트래킹 코스는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이었다. 햇살이 뜨거운 날씨였지만, 나무 숲에 가려져서 햇살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가는 길 왼편에는 파랗게 호수가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거대한 열대우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토루아 도심에서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황냄새가 강하게 났지만, 여기에서는 나무와 풀냄새가 가득했다.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산림욕이었다.
블루 레이크 트래킹 코스 트래킹 코스는 평탄했다. 길도 넓었고 어려운 코스도 없었다. 이 때문에 걷는 사람들보다는 호수를 조깅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3~4분에 서너 명 정도가 우리 주위를 지나갔다. 다들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었다. 혼자 뛰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와 가족, 그리고 애완견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나면서 헬로, 굿모닝이라고 서로 인사를 나눴고 모두가 환한 미소로 화답해 줬다. 걷는 시간 동안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트래킹 코스 중에서 자주 눈에 들어온 것은 30~40미터 되는 거대한 나무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무 높이가 아닌, 위를 바라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들이 가득했다. 한국에 있다면 모든 나무가 천연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을만한 어마어마한 나무들이 1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덫들도 자주 보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쥐와 같은 설치류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대부분의 조류들이 날지 못하는 것이 많았는데, 수백 년 전에 쥐 같은 설치류 등이 들어오면서 이들 새들이 멸종되었고, 더 많은 뉴질랜드 토착종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이런 덫을 놓은 것으로 보였다.
아이와 함께 걷다 보니 절반 정도를 걷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호수 반대편에 오니 호수가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졌고 다시 작은 모래사장이 나왔다. 반대편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약 10여 명의 사람들이 호수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고 있었다. 수심이 깊지 않아서 십여 미터를 들어가도 허리가 차지 않을 정도로, 호수 반대편은 물놀이하기에 더욱 좋아 보였다. 우리도 잠시 그곳에서 손과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남은 절반을 걸었다. 남은 길은 산책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호수가로 걷는 길과 살짝 위쪽으로 걷는 길. 우리는 호수 가까이 걷는 길을 택했다. 호수의 물이 닿을 듯 말 듯 한 그런 길이었는데, 신발이 젖을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아이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었다. 이런 것이 불편하면 위쪽 길을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본 호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치 보석을 보는 것처럼 물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호수를 본 적이 없었다. 약 40분 정도를 더 걸으니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우리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바퀴를 도는데 약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다. 햇빛도 뜨겁지 않았고, 그렇게 힘든 코스도 없었다. 로토루아를 찾는다면 아침 산책이나 물놀이하는 장소로 티키타푸 호수를 적극 추천하고 싶었다.
블루 레이크 트래킹 코스
호수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점으로 블루레이크 호수 산책을 마치고 다시 로토루아 시내로 돌아왔다. 시티의 푸드 코트에 가서 가볍게 점심식사를 하고 오늘의 숙소인 오코로이레 온천 호텔 (Okoroire hot springs)로 향했다. 이 호텔은 로토루아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온천 호텔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온천 관광호텔로 유명한 역사와 전통의 호텔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적한 시골길을 약 40분 정도 달려서 오코로이레 호텔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시골 마을에 있는 홀로 호텔이었고, 시설은 모텔과 호텔의 중간 정도로 보였다. 3성급 호텔이었다. 간단히 짐을 풀고 호텔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노천 온천으로 향했다. 길게 잘 정돈된 숲길을 걷고 계단길을 내려가니 아담한 온천욕장이 나타났다. 온천탕은 모두 3개. 제일 위쪽에 있는 노천탕은 우리의 목욕탕과 같은 따뜻한 온수였고, 중간에 있는 온천수는 약 30도 정도의 약간 따뜻한 온천수였다. 햇살이 강했기에 우선은 제일 아래의 3번 노천탕으로 들어갔다. 깊이는 약 1.2m 정도였고 바닥은 검은 모래였다. 그 모래들 사이로 기포를 나오면서 따뜻한 물이 나오고 있었다. 모래를 밟고 기포가 나오는 곳에 가면 살짝 뜨거운 물이 느껴졌다. 수영장과 비슷한 분위기여서 여기서는 아이와 함께 수영도 했다. 노천탕을 이용하는 사람은 2~3명이 전부였다. 가장 매력적인 노천탕은 가장 위쪽에 있는 1번 노천이었다. 우리의 목욕탕과 비슷한 온도여서 한국인들이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약 1시간 정도 노천탕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코로이레 온천 호텔 오코로이레 온천 호텔
2번 노천탕
3번 노천탕 구글에서 호텔의 식사가 괜찮다는 평가글을 보고 오늘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기로 정했다. 7시쯤 식당으로 갔는데, 이미 20여 명 정도의 손님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12월 30일, 연말연시를 앞두고 동네 어르신들이 저녁 식사를 하시는 듯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을 보니 맛집이 맞아 보였다. 우리는 립아이 요리와 해산물 요리 등을 시켜서 야외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 오클랜드 도시로 들어가서 어찌 보면 오늘이 뉴질랜드 자연과 만나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초원에서의 저녁을 즐긴 것이었다. 역시 맛은 괜찮았다. 뉴질랜드에서 먹은 최고의 뉴질랜드 요리였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숙소 앞에 앉았다. 10시가 넘어서 해가 지는 뉴질랜드의 여름.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고, 뉴질랜드 시골 마을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은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이 살았던 영화 세트장을 구경하고 오클랜드로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