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유명한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를 찾은 것은 살아 숨 쉬는 화산 활동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곳에는 유명한 화산 지형 관광지가 많이 있었고, 오늘은 그중 한 곳인 와이망구 볼카닉 밸리 (Waimangu volcanic valley)으로 향했다. 로토루아에 있는 유명한 화산 관광지들은 입장료를 3~4만 원 정도를 받는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3개 정도가 있는데, 어제 들렸던 와이-O-타푸는 금요일부터 문을 열고, 테 푸이아 관광지도 입장료에 비해서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평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와이망구 볼카닉 밸리였다. 약 5Km 정도를 트래킹 하면서 다양한 화산 지형을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숙소에서 차로 약 20분을 달려서 와이망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조금 떨어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향했다. 예약된 표를 찾고 한국어로 된 설명문도 받았다. 약 2시간 정도 설명자료를 보면서 계곡을 걸으면 되는 것이었다. 중간중간에 3개의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힘이 들면 이 버스를 타고 각각의 정류장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했다. 날씨가 25도를 넘을 정도로 무척이나 더웠기에 이온 음료수와 초코바 몇 개를 구매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와이망구 입구와 계곡전경
와이망구 계곡은 1886년 6월에 화산 활동이 시작되었다. 150여 년 전의 강렬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계곡에 5~6개의 분화구가 생성이 되었고, 아직까지도 분화구에서는 강한 산성 물체가 나와서 계곡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간헐천도 있었고, 계곡 여기저기에서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위틈 사이에서도 뜨거운 증기들이 상시로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 시선을 끈 것은 남쪽 분화구였다. 이 분화구는 1886년 이후에 활동이 없어서 현재는 차가운 물이 가득한 호수였다. 깊이가 50m나 되고 진흙이 쌓여 있어서 여느 호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 더 걸으니 Frying pan 호수가 눈앞에 보였다. 이 호수는 초기 폭발 이후에도 1900~1904년, 1915년, 1924년, 1973년 등 수 차례 폭발이 이어진 화산 호수였다. 물의 깊이가 6m이고 뜨거운 물이 계속해서 표면으로 거품을 내면서 나오고 있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천이며, 평균 온도는 약 55도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니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 공기방울들이 솟아오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물질들 때문에 여기의 산성도는 평균 ph 3.5 정도의 약한 산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콧 끌에 약한 황 냄새가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다. 호수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들은 온천들이 이어졌다. 작은 구멍들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쏟아져 나왔다. 조개를 닮은 온천수도 있었고, 그냥 바위틈에서 거침없이 뜨거운 물을 토해내는 간헐천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습에 하나하나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남쪽 분화구
Frying pan 호수.(ph 3.5)
계곡을 따라서 이어지는 간헐천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새둥지처럼 생긴 온천수가 나왔다. 여기에서 길이 두 갈레로 갈라졌다. 잠시 윗길로 올라가서 오늘 트래킹의 꽃인 지옥 분화구 호수를 지켜봤다. 지옥 분화구 호수라는 이름답지 않게 색깔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엷은 푸른색을 띠고 잔잔한 연기가 호수 위를 흘렀다. 특이하게도 이 분화구 호수는 수위가 8m에서 30m 사이를 주기적으로 변화한다고 했다. 수위가 높아서 넘칠 경우에는 온도가 80도에 산성도가 ph 2.2 수준으로 황산이나 염산 정도의 강한 산성을 가진 액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 물이 넘칠 때마다 근처의 초목들이 모두 산화될 만큼 무시무시한, 말그대로 지옥의 호수였다.
새둥지 테라스
지옥 분화구 호수(ph 2.2)
이 분화구를 보고 다시 계곡길을 걸었다. 지옥 분화구 호수 위로 이어지는 험한 길도 있었지만, 완벽한 산행 준비가 돼야만 가능했기에 우리는 편안한 계곡길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화산 지대와 울창한 살림의 트래킹이 반쯤 섞인 코스였다. 산을 지나다가 가끔씩 온천을 만났고, 다시 계곡을 만나고 이런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금 저 멀리서 1초 단위로 물을 내뿜는 간헐 온천과 함께 그 퇴적물들이 쌓인 테라스가 모습을 보였다. 황을 비롯하여 화산에서 나온 퇴적물들이 하얀색의 대리석처럼 테라스를 이루며 퇴적되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런 화산 퇴적층의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연신 휴대폰의 카메라를 찍어대며 그 모습을 열심히 핸드폰에 담았다.
계곡 트래킹 코스
대리석 테라스와 간헐천
레인보우 분화구와 테라스
조금만 더 걸어가니 저 멀리서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이망구 화산 계곡의 종착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화산 폭발의 퇴적물들과 뜨거운 온천수들은 모두 로토마히나 호수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호수 입구에는 검은 백조 무리 떼가 열심히 고기를 잡고 있었다. 검은 백조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는데, 그 자태가 하얀 백조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잠시 호수가 길을 걸으면서 검은 백조들이 호수 위를 헤엄치는 모습을 아이와 함께 바라보았다. 그냥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힐링이 되었다. 호수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약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로토마하나 호수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서 다시 로토루아 시내로 돌아왔다. 한국 치킨집에서 뼈 없는 순한 맛 치킨을 사 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근처 쿠이라우 공원에 가니 뜨거운 온천이 몇 개가 있었다. 온도가 100도나 되어서 위험하다는 표시가 곳곳에 이어졌다. 근처에는 머드 늪도 있었는데 역시 뜨겁고 위험하다고 적혀 있었다. 근처에 족욕장이 있어서 아이가 잠시 발을 담갔는데 온도가 너무나 차가웠다. 차가운 물이었다. 여기는 족욕을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로 하는 듯했다.
로토루아 시내의 공원
숙소 인근 로토루아 호수가의 화산 지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토루아의 호수가로 향했다. 맑은 물을 기대했는데, 이게 웬일! 여기도 화산지대였다. 부글부글 작은 틈 속에서 하얀 연기가 나왔고 강한 황 냄새가 콧 끝을 자극했다. 머스꺼울 정도로 강한 황 냄새였다. 근처 호수가 대부분이 위험 표시판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찍으려고 잠시 앞으로 나갔다가 보안 요원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로토루아 어디를 가도 뜨거운 온천과 황 냄새가 가득했다. 역시나 이곳은 불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