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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포 호수와 후카 폭포, 그리고 로토루아로!

사막의 길, 타우포 호수, 후카폭포, 노천온천, 로토루아

by Wynn

12월 28일 오늘은 신라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비록 김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아침으로 먹는 매운 라면은 역시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별미였다. 이제 한국을 떠나온 지 3주가 넘었기에 슬슬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임이 분명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라면 냄새가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이나 주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식사 후에 활짝 문을 열고 깔끔하게 환기까지 시키고 체크 아웃을 했다. 그리고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불의 도시 '로토루아'를 향해 북쪽으로 달렸다. 우리가 머물었던 와이우루 지역에서 다음 작은 마을인 랑기포(Rangipo)까지 약 50여 km는 사막의 길(Desert road)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왼쪽으로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2개의 커다란 화산이 보이고 오른쪽은 뉴질랜드 육군의 군사지역이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거친 길이 이어졌다. 저 멀리 루아페후 산과 나우루호에 산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40여분을 달리는데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실제 화산이 폭발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사막의 길을 달렸다. 실제로 왼쪽으로 보이는 2개의 화산은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암흑세계의 산들이 대부분 두 개의 산에서 촬영이 되었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화의 최고의 장면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1시간 정도를 달려서 타우랑가 타우포 (tauranga taupo)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타우포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로, 길이가 46Km에 너비는 33km나 되는 어마어마한 호수였다.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 이 호수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도 잠시 호숫가에 차를 세워두고 호수 구경을 했다. 주위에서는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보트나 수상 스키를 가지고 와서 호수로 들러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역시 뉴질랜드의 여느 호수처럼 물은 한 없이 맑았고, 쓰레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손을 담가보았는데, 빙하 호수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수영하기 딱 좋은 그런 온도였다.

루아페후 산과 나우루호에 산
바다같이 웅장한 타우포 호수

타우포 호수가의 고속도로를 따라서 다음 목적지인 후카 폭포(Huka falls) 향했다. 호수가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서 홀리데이 파크와 캠핑장이 이어지고 있었고, 연말 연휴를 즐기는 뉴질랜드 현지 여행객들의 자동차와 캠퍼밴, 그리고 텐트들로 캠핑장들은 인산인해 분위기였다. 그렇게 약 30분을 다 달렸다. 타우포 시내를 지나서 후카 폭포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카폭포는 타우포 호수의 물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와이카토 강(Waikato river, 425km)으로 유입되면서 생긴 폭포다. 처음에는 '그냥 폭포겠지'하고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유량과 유속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본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물이 호수에서 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후카 폭포 상단에서 약 100m 정도의 강폭이 유지되다가 갑자기 15미터 폭으로 줄어들어버린다. 그 협곡을 초당 22만 리터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다. 물의 색깔도 너무나 아름답고, 그 소리에, 그 웅장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후카 제트라는 고속보트가 그 물길 속을 달리는데, 그 또한 인상적으로 눈앞에 들어왔다.

엄청난 유량의 후카 폭포

후카 폭포를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로토루아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화산 활동 관광지인 와이-오-타푸 (Waiotapu)가 있어서 들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금요일에서 월요일까지만 문을 열고 있었다. 때문에 아쉽게도 차를 뒤로 돌려야 했다. 그 대신 바로 300m 정도 옆에 있는 hot 'n' cold라는 계곡 앞에 차를 세웠다. 작은 다리가 있었고 다리를 경계로 위쪽과 아래쪽에 강물로 들어가는 작은 계단이 있었다. 강 아래쪽 계단으로 향하니 이미 5~6명의 사람들이 계곡을 즐기고 있었다. 손을 넣어보니 물의 온도가 약 35도에서 40도 정도가 되는 듯했다. 계곡이 두 개가 합쳐지는데, 한쪽에서는 뜨거운 물이 내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차가운 물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뜨겁고 차가운 물이라고 하는 듯했다. 허나 이곳에는 위험하다는 경고문구가 있었다. 물에 아메바성 박테리아가 있을 수 있어서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와 뜨거운 온도도 인해 여러 물질이 변질되고 몸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명확히 명시했다. 때문에 우리는 손만 잠시 넣어보고, 온천은 며칠 후에 유료 온천을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이곳을 떠났다.

Hot n Cold 노천 온천과 와이오타푸

마지막으로 약 20분들 더 달려서 뉴질랜드 온천과 불의 도시 로토루아(Rotorua)에 도착했다. 우선 짐을 숙소에 풀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대부분 식당은 오후 3시면 브레이크 타임을 갖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근처의 멕시코 식당으로 갔다. 다행히 2시 40분 정도에 도착하여 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치킨 카사디아와 소고기 파지타스를 시켰고 마가리타도 한 잔씩 했다. 제대로 된 멕시코 음식은 처음이었는데 나름 알찬 점심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시내 한 바퀴를 구경을 한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며칠 동안 아주 긴 거리를 달려왔기에 오늘 오후는 그냥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로토누아 시내 풍경과 멕시코 음식점

아내는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와 아들은 호텔의 작은 수영장으로 나왔다. 햇살이 너무나 뜨거웠기에 모자는 물론, 온몸을 선블록으로 완전 무장한 후에 수영장으로 향했다. 작은 수영장이었기에 우리 둘과 옆의 가족 3명이 전부였다. 3개의 작은 풀에서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물놀이를 즐겼다. 내일은 이 근처 화산 지대트레킹을 할 예정이기에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을 또 준비해야 했다. 로토루아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프린스 게이트 호텔과 아담한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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