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겪은 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예측이 나오고 있죠.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물가가 전혀 상승하지 않는 현상은 더 위험한 일이죠.
이번 에피소드는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인플레이션을 볼 수 있는 지표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말합니다. 물가가 한달 상승했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1년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제는 1000원으로 사과 10개를 살 수 있었는데, 물가가 올라 오늘은 1000원으로 사과 5개밖에 못 산다고 하면, 화폐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죠.
인플레이션은 개념은 단순해 보이는데, 인플레이션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우리 경제와 금융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통화 정책에도 반영이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선 인플레이션이 왜 복잡하고 어려운지 볼게요.
-식품 가격이나 집값 등 일부 특정 항목이나 특정 부문의 물가가 올라서만은 안되고 전반적으로 고르게 물가가 오르는 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기 때문이죠. 물가가 오른 만큼 실제로 사람들이 지출을 했는지도 확인을 해야하고요. -인플레이션과 유사한 용어들도 많이 있고요 -또 지난해 유난히 물가가 떨어졌다면, 올해는 평년에 비해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년 대비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가 있겠죠.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데는 CPI, PCE 등이 있습니다.
CPI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말합니다. CPI는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구입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물가 지표에요.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구입비중이 큰 500여개의 상품과 서비스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을 하고 있죠. 전년 대비 또는 전월 대비로 집계합니다.
최근 한국의 5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6%, 유로존은 2.0%에요. 미국은 4월 CPI 상승률이 4.2%였죠.
그리고 CPI 중에서 근원CPI가 있습니다. 근원CPI,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핵심물가지수, 근원물가지수 등으로도 불리는데요,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해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왜곡해서 보여줄 수도 있어서 근원CPI를 별도로 측정을 합니다.
그래프를 보면 약간 차이가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 물가지표를 파악하기 위해 그냥 CPI보다는 근원CPI를 더 많이 참고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PCE라고 하는 개인소비지출 지표가 있습니다. PCE는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PCE는 민간이나 비영리 단체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에 지출한 돈을 모두 합한 지표에요. 실제로 소비자가 돈을 쓴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PCE가 증가하면 실제로 민간 부문의 소비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고, 이는 경기 회복, 또는 경기 확장으로 볼 수 있죠. PCE에도 가격변동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CE가 있죠. 4월 미국 PCE는 전년 대비 3.6%, 근원 PCE는 전년 대비 3.1%를 기록했어요.
다음은 조금 복잡한 지표인데,브레이크이븐레이트(Break-Even Inflation Rate)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하죠. 이건 미국의 10년만기 일반 국채와 10년만기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에요. 소비자물가나 민간소비지출이 이미 물가가 상승한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라면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는 연방준비제도와 국채시장의 투자자들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볼 수 있는 선행지표입니다.
향후 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으면 일반국채와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커지기 되므로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는 상승하게 됩니다.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는 지난 5월12일에 2.54%까지 상승했다가 지난 6월2일에는 2.44%로 약간 떨어지긴 했습니다. 2013년 3월에 2%를 도달한 후 7년만에 2%를 넘은 건 처음이라서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오는 것이 아니냐, 라는 우려가 최근에 있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을 살펴봤는데, 미국의 4월 CPI가 전년 대비 4.2%, 근원CPI가 3.0%, 한국의 5월 CPI는 2.6%, 미국의 PCE는 3.6%, 근원 PCE는 3.1%를 기록했죠. 그리고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도 2% 대이고요. 연준을 비롯해 대부분의 중앙은행의 목표 인플레이션은 2% 입니다. 현재 지표로만 보면 목표 인플레이션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상승 흐름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리고 이 지표들은 전년 대비 변화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시기였죠. 그러다보니 전년 대비 변화율을 측정하면 기존보다 더 높아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기저효과라고 하죠.
지금 물가상승률이 2%가 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왔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가상승률, 기대 인플레이션 등의 지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한풀 꺾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것이죠.
연준을 비롯한 우리 정부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더 우세해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양적완화를 줄이는 테이퍼링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죠.
돈을 그렇게 많이 풀었는데, 인플레는?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돈을 풀었는데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오지 않을까?
팬데믹으로 인해 돈을 얼마나 풀었는지 볼게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 특히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사상 초유의 규모로 돈을 풀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3월과 4월 동안 약 3조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었죠. 3조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3300조원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2019년 GDP는 21조달러, 우리나라 GDP는 1.6조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돈이죠.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진행됐던 3차례의 양적완화 규모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의 자산 매입을 하고 있죠.
왜냐면, 시중에 늘어난 통화가 실물 경제로 바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통화 공급량이 늘어도 바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늘어난 자금이 실물경제가 아니라 자산 시장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으로 메리츠증권에서는 분석했습니다.
이는 최근의 금융 경제 상황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돈을 풀었지만, 현재 우리의 생활을 보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지지 않았나요? 2008년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했을 정도니까요.
이번에 풀었던 자금도 역대급 규모지만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과 함께 양적완화 규모를 살펴봤는데요, 최근 투자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차례 더 다루려고 합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좋은 인플레이션과 나쁜 인플레이션,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까지 차례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