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금융 및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가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죠.
지난 에피소드에서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는 소비자물가지수, 민간소비지출,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좀더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나타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떠한 이유에서, 그리고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착한 인플레이션 이나 좋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는 건데, 물가가 상승한다고 한다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리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물가 상승은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인플레이션,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론 이런 말들도 많이 하죠.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물가가 상승하긴 했는데 경기가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좋은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기업, 가계에 모두 좋은 일이지만
나쁜 인플레이션은 실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만 상승하기 때문에 가계는 어려워지고, 가계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이 줄어드는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요 감소는 기업의 생산활동에도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되죠. 물건을 만들어도 사는 사람이 없게 되니까요.
경기는 불황인데 물가만 상승하는 현상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과거 1969년에서 1970년사이의 미국 경제를 보면, 경기후퇴는 지속하는데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인플레이션과 나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물가를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판매하는 사과의 개수보다 사과를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판매자는 사과의 가격을 올리게 되죠.
반대로 판매하는 사과의 개수보다 사과를 사려는 사람이 적으면, 판매자는 사과의 가격을 내려서라도 사람들이 사과를 사고자 하는 니즈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공급보다 수요가 적으면 물가는 하락하게 되죠.
다시 사과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해 좀더 보면, 보통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게 되면 구매하려는 욕구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물가가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경우엔, 상품 구매의 욕구가 더 높은 것이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격이 비싸져도 소비자들은 계속 구매를 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엔,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게 되고, 직원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원 고용 확대나 임금 상승은 가계의 경제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죠. 수익이 늘어난 가계는 계속적인 지출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또다시 기업의 이익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정부는 세금을 더 많이 거들 수도 있게 되고요.
이렇게 물가가 상승하지만,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선순환이 되면서 경제는 성장하게 되죠. 이렇게 수요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으며 경기 회복에 따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인 것이죠.
물가가 상승하게 되는 요인엔 수요 확대 외에도 있습니다.
다시 사과 사례로 돌아가서, 사과가게에서 사과를 1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매일 사과를 사과 농장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는데, 매일 사과를 사려는 사람도 10명이고 하나씩만 사고자 한다면, 사과 가격이 상승할 요인도, 하락할 요인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과 농장에서 비료값이 올라서 사과가게에 유통하는 사과의 가격을 기존 40원에서 60원으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사과가게 주인은 사과를 그대로 100원에 판매할 경우 수익은 기존 60원에서 40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수익을 줄일 수 없다면 사과가게는 파는 사과 가격도 100원에서 120원으로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지만 생산이나 판매 비용이 오르게 되면서 소비자 물가도 상승하게 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죠. 사과농장처럼 비료 등 무언가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재료 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고, 생산하는데 필요한 직원의 임금이 상승할 수도 있고, 농장이나 공장이 있는 부지나 사무실 임대료가 오를 수도 있죠.
사과가격을 올렸지만, 만약에 사과를 사던 사람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면, 사과 소비자들은 높아진 사과 가격에, 사과를 사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는 다른 상품 구매를 20원 정도 줄이고 20원 높아진 사과 가격을 충당하게 되죠.
이렇게 소비자들의 수익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하게 되면,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과 가게는 가격은 올렸지만, 사과를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다른 가게나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가격은 올랐지만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지 않고, 기업은 직원수를 줄이거나 임금을 깎게 됩니다. 개인의 수입도 줄어들게 되어 소비를 더 줄이게 되고, 기업은 수익이 점점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개인의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만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나쁜 인플레이션은 경제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요,
1998년 IMF 구제금융 전후 우리나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97년 7월 물가 상승률은 3.7%였던 것이 비해 1998년 2월엔 9.5%로 급등했었죠.
인플레이션을 정리하자면, 수요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좋은 인플레이션,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우려할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인지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렇다면 지금은 좋은 인플레이션일까요, 나쁜 인플레이션일까요, 아니면 아직 인플레이션은 아닌 것일까요?
지난해보다는 경기 확장, 아니 정상화가 조금더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죠.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인 CPI가 전년 대비 2%를 넘은 게 지난 4월부터였어요. 미국은 올해 3월부터이고 유로존은 5월부터였죠.
현재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언제 시작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강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강하게 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측은 인플레이션을 섣불리 대응했다가 다시 경기 침체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죠.
강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동안 풀었던 돈이 아직 흡수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경기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시행했었고, 이때의 경기 침체가 완벽하게 회복되기 전에, 그러니까 당시 풀었던 자금을 다시 흡수하기 전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막대한 규모의 양적완화를 진행했죠. 2008년 당시 보다 더 많은 돈이 풀렸죠.
이로 인해 현재 자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고, 여기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눈에 띕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셈이죠. 자산시장의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지고, 거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 감당하지 못할 인플레이션이 올 것으로 우려하는 것입니다.
반면 좋은 인플레이션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는 측은 경기 확장에 따른 점진적인 물가 상승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있긴 있지만 수요 증가, 경기 확장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죠.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멈췄던 일상이 다시 정상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2% 초반대인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워낙 낮았던 물가상승률로 인한 기저효과 탓도 있고 하반기에는 우려할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도 유사한데요, 그래서 급하게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아직까지는 논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하나, 만약에 전망이 틀려 강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양적긴축이나 기준금리 인상 등의 대응 방안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이 올 경우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죠.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 1930년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디플레이션에서 촉발됐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착한 인플레이션과 나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얘기해봤습니다.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에피소드 참고 바랍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그리고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방법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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