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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지순 Jan 24. 2018

임원을 채용하는 방식

특이한 자기소개서

어느 리빙(living) 기업에서 영업본부장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영업본부장의 주된 역할은 매출을 올리고 영업조직을 관리하는 것인데 미리 만들어 놓은 상품을 매장에 출고해 거래를 발생시키면 매출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대리점주들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 상생의 영업정책 및 관리가 필수이다. 몇 년 전 남양유업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상도의를 넘는 본사의 갑질은 반드시 고객들로부터 철퇴를 맞게 되어 있다. 


매출을 올리는 또 다른 방식은 신규 매장 오픈이 있다. 단순히 수치적으로 대리점포의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서, 상권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점포를 공략하여 해당 점주 및 건물주를 설득해야 하는데 영업 전문가의 역량이 필요하다.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는 대리점주들이 너도나도 해당 브랜드로 바꿔보려고 본사 앞에 줄을 서지만,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영업 담당자 및 점포개발 담당자들은 전국 구석구석을 발로 뛰면서 신규 점포를 찾아다녀야 한다. 그 외에도 대외적인 측면에서 매출을 향상시키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내부 관리가 병행되어야 꾸준한 성과 관리가 이루어진다. 


내부 관리라 함은 결국 조직관리인데 본부 내의 각각의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팀단위의 업무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본부장의 역할 중의 하나이다. 조직에 새로운 임원이 영입되면 일정 기간 이후에 해당 임원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는데, 사유는 조직을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리더로서의 철학과 정책, 전략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금번의 임원 채용은 기존 영업본부장의 퇴사로 인한 충원으로 프로세스는 이력서를 제출하고 대표이사의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 단순한 절차였고 후보자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종종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문제가 생겼다. 이력서 내용 중에 자기소개서를 반드시 작성하라는 점과 자기소개서의 분량이 5 페이지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대표이사의 지시사항이 떨어졌다. 


임원들의 이력서에 보통은 구구절절한 자기소개는 없다. 그 대신에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대부분의 내용은 업무성과중심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필자를 통해 지원한 J 상무에게 전화로 위 사실을 전달했을 때 그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기소개서의 분량도 문제가 되지만 내용에 본인의 성장과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지원자를 당황하게 했다.


왜 이러한 요구가 필요한지 채용담당자에게 물으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표이사의 생각은 지원자의 살아왔던 인생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미리 파악하면 면접 진행 여부 및 실제 면접 시에도 보다 효율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선택상황이 주어졌을 때, 판단의 기준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대표이사의 인재관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지원자를 설득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하였고, 그간의 성실하며 열정적인 삶의 자취가 묻어나는 한 줄 한 줄의 인생 발자취는 새로운 직장에서 첫걸음을 내딛게 했다. 나중에 J 상무를 통해서 들은 얘기로는 단순 성과중심이 아닌 진솔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본인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셨다. 


간혹, 자기소개서가 없는 이력서를 자주 접하게 되고 경력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자기소개서의 역할이 상세경력사항보다 크지 않다. 이력서를 단순히 취업 및 이직을 위한 일회성 도구가 아닌 본인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잡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오늘부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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