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회사와 인연을 끊기까지
ㅇㅇ님이 하던 일은 그대로 새 회사로 옮겨갑니다. 똑같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신입 공채로 들어간 회사에서 두 번이나 강제 이직을 당했다. 처음 경력을 시작한 회사는 나름 국내 100대 대기업에 속하는 알짜 기업이었고,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는 것에 제법 자부심을 느끼며 회사를 다녔었다.
하지만, 입사 1년 차. 회사는 갑작스럽게 자회사를 만든다며 나를 자회사로 강제 발령을 냈고, 그렇게 나의 커리어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쪽으로 꼬여가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세 번째 회사로 출근하던 날, 나는 영문 이력서를 다듬기 시작했다. 어차피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한다면, 이런 결과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나의 첫 직장이지만, 이 회사에 질려버렸다. 이 회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복수의 회사가 되어버렸지만 결국 큰 흐름 속에서 세 회사는 나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냥 내가 가라면 가라.
세 번째 회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세 번째 회사에서, 우리 신사업 조직은 얼마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같은 그룹사 내에서 다른 회사로 편입되게 된다. 거기에는 우리보다 조금 일찍 그 회사로 강제 편입된, 옛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와있었다. 신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그룹사 여기저기로 팔려갔던 사람들은, 그렇게 한 회사로 모였다.
무엇보다 나에게 그 회사에 지원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내가 왜 거길 가냐고 이야기할, 그런 회사였다. 회사의 특징을 몇 줄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몇 년에 걸친 누적 적자를 가진 회사
보수적이기 그지없으면서 변화의 의지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보기 힘든, 공무원 같은 사람들 엄청 많음
회사의 평균 근속 년수가 나의 전체 커리어보다 긴, 전국에 사옥을 가지고 있는 오래되고 큰 조직
특히 가장 절망적인 부분: 회사의 Main business model과 업종이 내가 지향하는 바와 전혀 다름
남들은 이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재무적으로도 더 안전한 만큼 오히려 잘 되었다는 얘길 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도 그 부분은 위안이 되지 않는 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애초에 그런 직장을 원했다면,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그 조직에서 손을 들고 신사업으로 가지도 않았을 거다.
그 회사가 우리 신사업 조직을 데려간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이러했다. 이 회사도 결국 IT/모바일의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의 업무 방식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 모바일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회사는 전통적인 업종이라, 모바일에 대해 1도 모른다는 것.
결국, 밖에서 오~래 동안 모바일 서비스 해온 우리 조직을 그 회사에 턱 집어넣어서, 모바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 HR의 표면적 핑계였다. 실상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그게 그만큼 잘 되었으면, 내가 굳이 나오지도 않았을 거고, 무엇보다 회사가 그렇게 또 우리를 나가라고 하진 않았겠지.
그 회사가 얼마나 갑갑한 곳이었냐면, 회사는 모바일을 지향한다면서, 회사 안에서 구글 드라이브도, 카카오톡도 안됐다. 네트워크 보안이란 이름 아래 인터넷 서비스는 모두 차단해둔 주제에, 경쟁사 서비스 모니터링을 하라는 이상한 회사. 결국 이 글에도 뚝뚝 묻어나듯, 나는 그 회사에서 소위 모난 돌이었고, 이내 쌈닭이란 별명을 얻었다. 젊은 친구가 자꾸 공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며, 일이 되게 하려고 뭘 바꾸자고 할 때마다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를 남발하던 꼰대들. 그들의 본래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 모바일에 맞추어 회사를 바꾸겠다는 윗선의 의지로 갑자기 굴러온 돌인 나와 우리 조직은 늘 회사에서 어딘가 겉돌았다.
그리고, 그 삐걱거림이 어딘가 나의 첫 회사에서의 경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글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존의 회사의 메인 Business model과 다른 BM을 가진 조직이면서 (전통적 방식 vs. 모바일/온라인)
기존의 직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하는 (클라우드, 모바일 등등)
하지만 아직 돈 못 벌고 쓰기만 하는 걸로 보이는 조직 (a.k.a. 신사업)
물론, 돈을 못 버는 조직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장 돈을 못 번다' 고 해서, 그게 모두 의미 없는 사업이냐- 는 잘 모르겠다. '얼마의 기간 동안 적자를 봐도 이 정도가 되면 흑자가 될 것이다.'라는 명확한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조직은 그렇지 못했다는 거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수장'이 결국 그걸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경험은 전무 혹은 CEO급 보고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였다. 우리 서비스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래서 최전선 실무자 입장에서는 절대 OK 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대표는 우리 서비스에 밀어 넣기를 원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안된다고 어필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까라면 까야했다. 우리의 전문성과 경험으로 회사에 일조하라더니, 그런 게 구라라는 것 정도는 회사가 세 번 정도 바뀌면 모르면 바보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삐걱거림에 나 조차도 조금씩 위화감이 무뎌져 가던 어느 봄날, 그래도 공채 출신이라고 회사의 소식만큼은 빠삭하던 나에게 기분 나쁜 데자뷔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너네 조직, Joint Venture로 내보낸다더라.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글이 길어져서,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고 생각한 부분이 어쩌다 보니 다음 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대하시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글 외에, 저처럼 대기업이나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빡치는 분들께, 차근차근 이직 준비의 칼을 가는 방법을 전수해드리고자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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