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영어, 그리고 기회
앞선 글에서는 좋은 연봉과, 일하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이번에는 남은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어렵게 채용해 온 인원들인 만큼 오피스 안에서의 만족도도 높아야 하므로 근무 환경과 복지가 뛰어난 경우가 많다. 외국계 IT 기업 중에서도 손에 꼽는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구글코리아의 경우, 매일 점심시간에 호텔급 사내 뷔페가 제공되는 것이 유명하다. 한번 오피스에 출근하면 어지간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이 해결되고, 외부 손님들이나 미팅을 일부러 점심 근처에 잡아 뷔페를 대접할 정도로 점심이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
외국계 기업은 업무에 필요한 IT 기기라면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것부터, 개인에게 제공되는 업무공간 또한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경우가 많다. 회사의 인원이 적어 복지를 제공하기에 규모의 경제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외국계 기업은 보통 공유 오피스 안에 사무실을 만들어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넓은 사무실, 위치도 시설도 좋은 오피스
최신 IT 기기를 지원해주는 업무 환경
간식
훌륭한 복지 제도
다만 이 부분은 최근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나 급성장하는 국내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한번 들어온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고,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이 '소수의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근무환경과 복지가 좋을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회사가 사람을 구할 때는 보통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1순위다. 내부에서 사람을 먼저 구해보고, 그래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으면 그때부터 내부 직원들을 통한 추천으로 사람을 뽑고, 그래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으면 헤드헌터와 외부에 채용공고 (Job Posting)를 내기 시작한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본사/지역으로 오피스가 나뉘어 있는 회사에서 내부에 인력 충원이 필요한 경우, 본사를 포함한 각 지역으로 이동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가능성을 검토해 보기 마련이다. Global 기업일 경우, 그 '지역'이라는 것이 국가 단위로 커진다는 것 외에, 차이점은 없지만, 곧 이는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매우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본인이 조금이라도 해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경우는, 우선 해당 분야/해당 기업의 한국 오피스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해외 취업을 노리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 비교적 많다. 나의 실력이나 경력 등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어, 경우에 따라 회사가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등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지인보다 비용적&행정적으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더 높다.
하지만 이미 사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는 상태에서 이동을 하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이미 검증된 인재'라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오피스에도 그런 식으로 해외로 진출한 케이스도 많고, 해외에 잠시 근무를 하다 본인이 희망하여 한국으로 복귀한 경우도 있다.
특히 외국계에 재직 중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이처럼 해외로 나갈 기회가 외국계 기업의 꽃이라고 하는 분들도 제법 있었다. 연봉이나 복지는 국내 기업들 중에도 높은 곳을 노려 이직한다면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이 부분만큼은 Global 기업이 아니면 절대 줄 수 없는 메리트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 당연히 영어가 는다. 아주 많이. 사람은 생각보다 닥쳐야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영어는 아무리 써도 국내 기업에서는 쓸 기회가 없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외국계는 늘 영어로 일한다.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다못해 간단한 사내 공지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사 미팅, 설문조사, 복지에 관련된 문서까지, 모두 기본적으로 영어로 제공되고, 가끔 편의를 위해 번역본이 제공되거나 하는 정도이다.
다른 지역 오피스와 미팅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Conference call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회화도 는다. (아니면 못 견디고 회사를 나오거나, 동료들이 쟤랑 일 못 하겠다고 평가하여 잘리거나. 결국 적응하거나 퇴사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극한(?)의 환경은 결국 사람을 적응하게 만들고, 여기에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어로 일하는 것이 편해진다. 아니 최소한, '영어'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진다고 해두자. 하다못해, 손짓 발짓을 해서라도, 일을 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한 가지 장점은 단순히 영어를 접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좋은 영어를 쓰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임원들의 발표나 메일을 보면, 감탄이 자아내 온다. 본사가 따로 있고 해외에 지사를 세울 정도로 업무를 확장한 회사라고 생각해보라. 본토에서도 똑똑하고 돈 많이 받는 사람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의 영어를 가까이서 자주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애플 팀 쿡의 발표 등을 우리는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지 않는가? 최근에 내가 경험했던 정말 좋은 영어라 생각되는 글 중 하나는, 코로나 사태로 해고 메일을 보낸 Airbnb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이메일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굉장히 복합적이고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동시에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인간'이기에, 감정적인 부분까지 잘 담아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Airbnb CEO의 메일은 회사의 어려운 사정과 동시에, 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미안함, 그리고 그들의 다음 스텝을 응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Action plan까지 담겨 있는, 아주 좋은 비즈니스 메일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외부로 공개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게 되는 경우, 예를 들어 본인이 Microsoft에 다닌다고 하면, 사티아 나델라 CEO의 이야기를 최소한 월 1회 정도는 반드시 듣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맥락에서 높은 수준으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자체로도 매우 좋은 성장 기회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들을 적고 나니, 진짜 왜 진작 이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약팔이가 아니라, 나는 정말 미련하게 대기업에서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구글에 다니는 지인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코로나로 인해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라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그래서 2월부터 어느 회사보다 먼저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고. 이 글을 적는 나도, 코로나 사태로 지하철 혼잡 시간을 피해 유연하게 출퇴근하라는 회사의 가이드 덕분에, 오전 10시가 넘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 본사와 콜을 해야 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만 걱정하면 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이제는 안다.
전반적인 내용을 한줄로 정리하자면, 일 잘 되는 것만 고민하면 되는 곳이 외국계 기업인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외국계 기업의 단점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얼마나 파란만장하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를 당했길래 이직을 결심했는지를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