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단점 - 1

회사가 재밌으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

by 난나
회사 나가는 일이 매일이 즐겁다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


직장 생활 오래 한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던 농담 중 하나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나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이전 글 #1 #2 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의 장점을 다뤄봤다. 하지만 세상에 장점만 있는 회사는 없다. 당연히 회사마다 다르고 심지어 부서나 상사마다 다른 것이 단점이지만, 여기에 본인이 다녀본 외국계 기업 두 곳과 이직 준비 과정에서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이던 지인들을 통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외국계 기업이 가지는 공통적인 단점'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이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하겠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있어서 '일을 못하겠다' 라든가, '나는 외국계 기업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때는 아래와 같은 어려움들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지'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에서 적어본 내용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외국계 기업의 단점

적은 인력, 넓은 업무 범위, 그리고 성과에 대한 부담


앞서 장점에도 적었지만, 외국계 기업은 보통 인원이 적다. 그렇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가 당연히 넓고, 자연스럽게 업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 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고정비의 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재무적으로 당연히 리스크가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신규 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외국계 기업 또한 지사의 인력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폭발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그만큼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사에서도 공감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그 다음 해 경영계획에 신규 TO를 할당할 정도로, 채용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우리가 일할 기회도 '드물게' 발생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많은 국내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의 경우 “신규 채용은 곧 고정비의 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도, 정부와 사회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채용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우리나라 신입사원 채용에 가장 보편적인 방식 중 하나가 “정기공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2020년의 5월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기업들이 이 '정기공채' 마저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요에 따른 수시 채용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강하다.)


그러다 보니, 국내 대기업은 많은 경우 '인원이 남는다'. 수요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을 채용해야만 하고, 이를 일종의 사회적 의무나 환원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대규모 적자 등을 밖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그 수를 줄이기도 어렵다. 여기에 강력한 노동조합이 함께한다. 회사에 따라 강성노조, 귀족노조, 어용노조 등 말이 많지만, 노동조합이 있던 회사와 없던 회사 모두 다녀본 입장에서 '해고'나 '부당한 처우'의 순간만큼은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겪어 보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저자 또한 국내 대기업 재직 당시 강제로 처우가 더 안 좋은 자회사로 전적 이동을 강요당했다. 다행히 노동조합이 이를 최대한 저지하여 대부분 회사에 남을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를 계기로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했다.)


더욱이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유한회사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꾸준히 재무재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 글을 쓰는 2020년 6월 현재까지도 '아직까지' 의무가 아닌 회사들도 많고, 그만큼 공시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다. 즉, 돈을 얼마를 벌고 있는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신규 채용이나 사회적 환원 같은, 국내 대기업을 향한 눈초리를 받을 확률이 아무래도 적다. 그만큼, '강제로 늘어나는' 신규 채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위 내용을 정리하자면, 고정비가 늘어나는 신규 채용에 보수적이고 대외적으로 신규 채용에 대한 압박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는 늘 인력이 적다. 그렇다 보니 늘 업무는 많고, 넓다. 적은 인원으로 회사 전체가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성과에 대한 부담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성과에 대하여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원이 적은 만큼, 눈에도 더 잘 보이니까.


여기에 서구권 특유의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한몫 더 한다. 옆자리 동료가 일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일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매우 투명하게, 상하좌우 할 것 없이 피드백 한다. 앞서 이야기한 장점에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외국계 기업은 본사/지사 할 것 없이 Peer feedback(상호 평가)이 엄청 활발하다. 프리 라이더는 존재할 수 없는 촘촘한 피드백 사이에서, 나도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누가 꼭 나에게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인원이 적은 만큼, 업무의 기회가 넓고 많으며, 상호 피드백이 많은 만큼 내가 욕심을 내고 열심히 하면 사방에서 이를 인정해준다. 다만 장문의 글로 이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러한 외국계 기업의 성격이 '나와 잘 맞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해고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에서 사람을 해고하는 일은, 특히 그중에서도 정규직을 해고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 본사를 가지고 있고, 특히 정기적으로 공시 의무를 지니는 주식회사인 경우에는 더더욱,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 강력한 노조가 있는 경우, 해고는 한층 더 어려워진다. 해고를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인 '저성과자의 해고'를 하려고 해도, 그 직원의 성과가 낮게 나온 것이 해당 직원 개인의 문제가 맞는지,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이 없었거나 국내 기업 특유의 '승진자 성과 몰아주기'와 같은 것의 피해는 아니었는지 등, 노조 차원에서 수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대기업, 특히 노조가 강력한 대기업이 선호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안정성이다.


반면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해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 같다. 물론, 외국계 기업이라 하여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흑자인 상태에서 강제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농담처럼 이야기되는 외국계 특유의 해고 장면이 있다. '출근했는데 자리에 보안팀에서 온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서 연락을 해보면, 노란 박스 하나를 들고 와서 개인 물건만 담으라고 한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고의 풍경이다. 이 정도로 갑작스럽게 퇴사시키는 회사가 국내에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장면을 보지는 못하긴 했다.


다만, 상호 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많이 회자되는 분들의 경우, 어느 순간 자연스레 회사에서 사라져 있는 것을 목격할 수는 있었다. 어떤 점이 국내 회사와 다른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인원이 적고 서로 피드백이 활발하다 보니, 주변의 시선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고, 애초에 외국계 회사로 이직해 온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서 소위 '자리'만 지키려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떠난다. 경력직 특유의 가벼움일 수도 있고, 소위 '공채' 출신이 따로 없는 기업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즉,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분들 중에, 그 특유의 안정성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외국계 기업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 대기업보다 한번 외국계로 이직하게 되면, 그 이후 이직 시장에서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영어로 실무를 한 경력이 쌓이는 거고, 보통은 외국계 기업은 철저한 성과주의인 만큼 국내 대기업에 근무했던 기간보다는 '일을 더 잘 했겠거니' 하는 평가가 좀 깔려 있기 마련이다. 요즘같은 100세 시대, 그리고 더 이상 정년이나 평생 직장이 없다는 시대에는 어느 쪽이 더 장기적으로 유리할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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