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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x Sep 07. 2020

이거 디자인 언제까지 돼요?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그러면 디자인팀 분들, 이거 디자인 언제 까지 해서 주실 수 있으세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마케팅이나 상품 기획으로부터 회의 끝에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내 대답은 늘 그렇듯 '글쎄요. 내일 될 수도 있고, 한 달이 지나도 안 될 수도 있어요.'이다. 저 말속엔 얄궂게 쪼아대지 말라는 뾰루퉁한 심정도 포함되어 있으나 정말이다. 모르는 일이다. 정해진 일정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적정 수준의 디자인 결과물을 가져다 놓는 게 좋은 디자이너라면 나는 수준 미달의 디자이너 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공식에 상황을 대입하면 순서대로 뚝딱뚝딱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충동적인 아이디어에서 컨셉가 나오기도 하고 특정 경쟁사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기획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디자인이 나오기도 하고, 하다 못해 뜬금없이 예전에 drop 되었던 디자인이 다시 살아나 빛을 보기도 한다.


물론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함께 일을 해야 하는 회사라는 무대에선 이런 디자인의 속성이 꽤나 성가신 일임이 분명하다. 정해진 일정과 순서대로, 그러니까 매뉴얼이나 프로세스대로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야 제품을 시장에 제시간에 런칭하고 기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래서 업무시스템이 갖추어진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엄청나다. 회사란 당연히 그런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엑셀 시트를 돌려 공식에 의해 나오는 게 아니다.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고 거기에 맞춰 디자인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을 비디자인 사람들에게서부터 종종 듣는다. 디자인 프로세스가 문서화 공식화되고 거기에 따라 움직인다면 '디자인 전문가'는 필요 없게 되는 것 아닌가.


대부분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속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빠른 디자이닝에 결코 비법이나 공식이 있는 게 아니고, 빠르다고 능사인 게 디자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쪼지 좀 마. 알아서 이쁘게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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