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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x Sep 15. 2020

미니멀이라고 오해하는 것들

대충하고 미니멀 디자인이라 합시다

 디자인 세상에서 미니멀리즘이 가장 큰 흐름인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아니. 이것도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시장의 파이가 가장 큰 제품군의 디자인이 미니멀을 지향한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있을까.


 미니멀리즘의 사조와 의의를 명확히 정의할 정도로 디자인사를 꿰뚫고 있는 건 아니지만,  늘 의문을 품고 있었던 점은 미니멀함과 심심함의 경계는 어디 있으며 무엇으로 정의되느냐 였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잘 정리된 미니멀함과 디자인이 덜 끝난 심심한 혹은 어색한 디자인을 구별해 낼 줄 안다. 알아야 한다.



 미니멀과 심심함 혹은 어색함은 모두 아주 단순한 조합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최대한 장식적 요소를 배제했다는 점은 똑같으나, 조형의 비례나 그 속에서 그래픽-2D 적인 요소-의 크기나 위치가 가지는 비례가 얼마나 조형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판가름 난다.

 실제로 모서리로 넘어가는 라운드 값이 3.0r인지 3.2r인지에 따라 귀엽지 않으면서 굼뜨고 어색한 덩어리가 되거나, 브랜드 로고가 22mm냐 24mm에 따라 균형감은 금방 깨어져 버린다.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는 대단한게 아니라
커브들의 조합 혹은 매스들 사이의 비례가 어색한가 아닌가이다.


 어떤 덩어리에 어떤 라운드 값이 어울릴지, 면과 면이 만나 넘어가는 모습은 어떤지, 풋프린트 대비 높이의 비례가 어떤지 등을 규정함에 있어서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그려내는 건 단순히 감각에 의지해서 결정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수많은 면들과 커브들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조형을 다룰 줄 아는, 다뤄본 사람이 불필요한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필요한 요소들만 남겨 놓은, '더 빼낸'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게 미니멀이라 생각한다. 마치, 몬드리안이 나무를 그린 작품을 어떻게 단순화했는지를 설명한 과정을 보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자인 역시 더하기보다 빼는 게 훨씬 어렵다.


분명 같은 실루엣이나, 비례의 차이로 조형의 느낌은 바뀐다.


 넓은 3D 공간에 박스 하나 익스투루드 해놓고 미니멀이라 울부짖어 봐야, 디테일한 고민을 하지 않고 쉽게 그려봐야 나오는 건 어색한 비례와 불편한 라운드 값만 눈에 거슬리는 심심한 디자인이다. 씨알도 안 먹힌다는 이야기다.


 '전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해요'라고 감히 말하는 디자이너, 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늘 반문해 보고 싶은 건 얼마나 '미니멀하지 않은 디자인'의 끝까지 가봤냐라는 것이다. 수많은 요소를 더하고 장식을 하는 디자인의 끝을 만나봐야, 그래서 그 복잡하고 수많은 요소들을 정리하고 다룰 줄 알았야 그제야 거기서 요소를 하나 둘 제거하며 미니멀을 완성시켜내는 게 결국 그 감각을 키우는 일 아닐까.


근데 넌 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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