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양귀자, 1998)을 읽고
삶은 복잡다단하다. 사랑할수록 솔직해지지 못해 두려운 진진과 삶의 너머를 보곤 어디론가 떠나야만 했던 그의 아버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몰아칠수록 어디선가 활력을 얻어내는 그의 어머니와 안정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마주한 깊은 우울을 이겨내지 못한 소녀 같던 이모.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온 생애를 던져 인생을 탐구해 보겠다’ 던 진진의 다짐은 이런 복잡하고 모순 덩어리인 인생을 정면으로 마주해 보겠다던 것이었다. 그렇게 삶을 두껍게 고민하던 진진은 인생은 ‘탐구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임을 깨닫는다. 그리곤 자신의 아버지가 그려지는 김장우가 아닌 지루한 이모부가 떠오르는 나영규를 선택한다.
진진의 선택은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이모처럼 지리멸렬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마음이 놓이는 점은, 인생에 숨겨진 것들을 치열하게 마주해보려 했던 진진의 경험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몸에 스며들어 그가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진진의 말처럼, 앞으로 나영규와 함께 펼쳐질 삶은 그때마다 ‘살아가면서 탐구’하면 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295p)’는 진진의 깨달음은, 혹은 작가의 생각은, 씁쓸한 면이 있다. 마치 ‘남자는 군대 가서 고생 좀 해봐야 된다’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세상 다 산 것처럼 간섭하는 어느 직장 꼰대의 말처럼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반감을 잠시 거두고 의미를 곱씹어보자면, 그만큼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충실하게 탐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자는 의미인 것이리라. 그렇게 살아가며 진실하게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는 부피에서 싹을 돋을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쩌면, 작가가 깨달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고 진진의 아버지가 전하지 못한 삶의 비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