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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건우 May 26. 2016

월급만큼은 일하니?(5)

봉급을 받고 일한다는 것.

저렴함을 이어가자

https://youtu.be/I3tEohNbC-s   (35~50초)

<가을동화 > 
씬 33 태석방, 오후 
(은서 뛰어 와서 문여는데 태석 2층에서 내려와 은서 못 본 척 주방으로 물 마시고 나오는.) 
태석: (짐짓 그제야 은서 본 듯) 어 이게 누구야? 최은서. 
은서: 태석 오빠 
태석: 오빠 소리 안 듣겠다고 했을 텐데. 너 그렇게 머리가 나쁘냐? 
은서: 해고랴뇨. 이렇게 맘대로 이래도 되는 건가요? 
태석: 넌 뭐든 니 맘대로 해도 되고 난 안된다는 거냐? 나 원래 이런 놈이야. 
         낼부터 이런 나 안 보게 됐으니 잘됐잖아 안 그래? 
은서: 태석 오빠... (글썽) 
태석: (본다 그러다가 다가와서 탁 은서 벽에 가두고) 나 봐. 똑바로 봐. 나 네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아냐. 
         생각해봤어.  대단한  최은서한테 제일 대단한 게 뭘까. 우습게도 그거 돈이더라구. 
         아, 그거라면 나도 자신 있는데 말야. 난 뭐하러 그렇게 먼길로 돌아서 온 걸까.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될 거 아냐!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은서: (떨리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태석:! 
은서: (필사적으로 태석 보다가) 나.. 돈.. 필요해요. 돈 정말 필요해.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하다가) 
태석: (은서가 이상하다 정신 든다) 
은서: (왈칵 앞으로 팍 주저앉아서)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얼마나 줄 수 있죠? 나 얼마에 팔면 되죠? 
태석: (놀라서 그리고 이상해서 은서 앞에 천천히 앉는 은서에게로 손 내미는데) 
은서: (팍 밀치고 뛰어나간다) 
태석: 은서야! (확 일어나 보는데) 
바닥에 굴러 떨어진 약병. 

 

 내 명의로 되어 있는 계좌 속 글자(숫자)만 잠시 존재하다 조금씩 사라져 버리는 월급, 다행히 어디엔가 일정하게 쌓여 가다가 큰 덩이로 올 기대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빛이 아닌,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정리하는 빗도 아닌) 내 손으로 대출 서류에 싸인은 했지만 손에 쥐어 본 적도 없고 눈으로 한 번 본 적 없는 빚을 줄이는 데 상당 부분 들어가고 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한 달이 지나면 부활되어 있는 계좌 속 숫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꼭 한 번은 월급날 은행에 가서 전액 현금으로 뽑아 잘 들어왔는지 세어보고 다시 넣는 것을 해보고 싶다.


조각조각 끊어서 생각해보기


어느 날 나에게 다음 달부터는 월급이 50%로 깎여서 나올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내일부터 나오지 말고 다른 자리 알아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난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떻게 행동할까?

50%라도 좋으니 계속 근무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려나?

여기저기 아는 인맥 찾아가며 새로 일할 곳을 찾으려나?

퇴직금은 얼마나 되지? 내가 가진 돈은 얼마나 되지? 대출은 얼마나 받을 수 있지?

사장님 소리 들으며 사업을 해야 하나? 뭘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이사를 가야 하나? 애들은 어떡하지? 

아니야. 뭔가 잘 못 된 거야. 어떻게든 매달려 봐야지.

아니지. 뭔가 잘 못 됐다면 어디에 어떻게 소송을 해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쿨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 같다.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어.

맞다. 다행히도 일반적인 직장생활만 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일이 닥칠지도 모르니 생각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내가 일하는 곳, 직장은 내가 일한 것의 대가로 월급을 주고 있다. 

많이 많이 준다면 매우 매우 고맙겠지만, 경력에 따른 호봉과 여러 가지 수당 등에 따라 정해진 금액들이 모여서 많이 모자란 듯 그나마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

내가 출근도 안 하거나, 출근해서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면 며칠이야 버티겠지만, 결국엔 그 월급이 내게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직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만,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부분을 넘기는 정도만 해도 월급은 받게 된다. 그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지 너무 복잡하고, 예측이 힘들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사람의 일을 객관적인 돈으로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현재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근무하고 있으며, 다음 달의 월급을 기다리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 않는다면, 난 현재의 직장에 어쨌든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월급에서 10만원 줄어든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면,

 현재 월급에서 50만원 줄어든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면,

 현재 월급에서 100만원 줄어든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면,

 현재 월급에서 200만원 줄어든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면,

 해마다 월급이 일정 금액씩 감소되어 들어온다면

어느 수준에서 난 현재의 직장에 대한 이직을 생각하게 될까?

그 수준이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을 바라보는 가치와 내가 유지하고 싶은 생활의 한계 중 어느 쪽일까?


한 번 질러나 보자.

누가 나를 잘라? 내가 나만 잘려 나갈 것 같아?

내가 일하는 것을 내가 바라본다면 

어떤 부분은 잘 하고, 

어떤 부분은 부족하지만, 

또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앞으로 실력을 쌓고 노력을 통해 그 가치를 키워 더 나은 역할을 해낼 것이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키워 나가는 것이기에...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5년 전에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달라야 하는데...

왜 비슷하지?

그 시간이 보통 긴 시간은 아닌데.


그렇다면 받는 월급만큼은 일하니?

내가 고용주라면 나를 채용하고 계속 근무하게 할 거니?


마무리

니가 나를 해고시킬 수 있을 거 같냐? (20~28초)

https://youtu.be/BkpM0cfcr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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