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적절

혼자 선 길

by 곰살

혼자 선 길 위에서는 알 수 없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언제쯤이면 닿을지
다녀간 이가 또 있는지.

다듬지 않은 만큼 우거진 길 무서워
먼발치서 먼 풍경만 동경하다
오롯이 홀로 걸으니 그제야 깨닫는다.
이곳에는 나를 위협하는 들개도 없고
처박을까 두려운 고라니도 없으며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도 없다는 것을.
한 가지 한 가지씩 성실하게 내딛는 새들과
말없이도 다정한 고양이 두 마리,

벗의 장단에 맞춰 얼고 녹는 강물뿐.

겁내고 움츠리며 내 발로 딛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마시지 않은 공기가 얼마나 많았나.
타인의 여행을 보고
타인의 경험을 보고
타인이 먹고 마시는 걸 보며
내 추억인양 잠기고
내 편안에 안주하고
허기가 부푼 적 얼마나 많았나.

어찌 그 숱한 시간을 고양이 콧물 흐르듯 두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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