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적절

동서남북 쪽지

by 곰살

너는 사람과의 일이 어렵다고 했다
역시 사람과의 일이 어려운 나에게

밑으로 가라앉기만 할 위로와
해 봤자 좋을 리 없는 조언은 않고
간만에 말없이 동서남북을 접는다

하나,
좋고 나쁨의 앞말은 저마다 다르다
그들과 네 머리 위에
너와 그들의 발등 위에 펼쳐진 것은 어차피
한꺼번에 안을 수 없는 하늘이다

단지,
그들이 쏟아지는 별의 무리에 넋을 놓을 때
너는 다소곳이 비켜선 달을 보았고
그들이 바스러지는 태양을 좇을 때
너는 추억할 나뭇잎 하나를 말렸던 것이다

실은,
애써 들춘 자리에 다시 먼지만 쌓일 바에는
가만히 덮어 놓는 편이 더 낫다
억지로 말린 빨래처럼 퀴퀴한 것도 없으니까
도저히 버릴 수 없을 것 같던 애물도
눈 딱 감고 문 너머에 내놓으면
그새 마음이 배어나 볼품 없어지기도 해
마음이 스며 더 예뻤던 것라서

고로,
젖은 것은 더 비틀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마른 자리 숨 쉴 수 있게 부풀어오를 테니까
다음 장을 넘기기는 더 쉬울 테니까
얼룩은 좀 남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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