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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Sep 17. 2020

인생 고지서

단 한 번도 날 잊는 일 없 카드 고지서.
한껏 부풀어진 총 납부금액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쿨했던 과거의 하루들은 어디로 꺼진 건가 싶게 지불에 대한 불만이 쌓다. 스위핑 한 번이면 충분한 삼성페이는 삼성페인(pain)이기도 하, '카드값이 퇴사를 막는다'는 말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상에 대한 인식은 사라진 채 해치우고 해결해야 할 것들로 뭉뚱그려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돈과 나를) 아낄 수 없다'는 자책과 함께.


그러다 생각다. 충동적인 지출도, 계획된 씀씀이도 어찌 됐건 엄연한 생활 반응이라는 것. 살아다는 증거다. 물론 기 합리화일 수 있다. 분명한 건, 에 촘촘히 박힌 상세 내역을 고 나면 지금은 남아있지 않아도 잃지 않은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과 추억(기억)은 평생 할부 아닌가. 장르가 무엇이든 고지서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면, 눈앞에 닥친 시끄러운 장면보다 멀어진 날들을 소상히, 그리고 가만히 떠올려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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