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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Jul 20. 2020

인연의 길이

인연의 길이를 가늠하기란 정말 어렵다.
잊을 수 없는 이름에서 잊고 지냈던 얼굴이 툭 튀어 오르기도 하고, 기억하자 다짐했던 것들을 터무니없이 잊고 살기도 한다.
놓고 싶지 않던 걸 버려야 할 때가 있었고,

버림받지 않고 싶어 도망친 적도 더러 있었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은 다만 몇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내게 등을 보이고 서서 삶의 일부를 나누었다.
내가 나 자신을 조소하는 동안 그들은 미래를 조각했고,

또 내가 우리 안에 갇혀 한시적인 세상을 바라볼 때 그들은 완벽한 우리가 되어갔다.

이제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마음속으로 그리움의 숫자를 열거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애증으로 바뀐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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