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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문제의 심리학 12. 생각이 막힌다면

by 싸이링크

국어: 과학지문이라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아 찍어서 틀렸다. 답을 보니 해당 분야를 몰라도 찬찬히 따져보면 풀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수학 : 공부한 단원의 문제인데 풀이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포기했다. 답을 보니 알고 있던 공식이나 풀이 방법들을 사용하면 되는 거였다


국어에서 원래 과학지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길이도 길고 전혀 생소한 분야인지라 맨 먼저 든 생각이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첫문장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 떄문에 당황해서 차분히 따져보지 못했다. 수학의 경우 단원별 실전문제에 있는 것이라서 문제 푸는 데 필요한 공식이나 해당단원의 기본 유형들을 사용하는 것일 테지만, 응용의 정도가 높아서 처음에 보았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고민을 해 보았지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아주 복잡하거나 기발한 방법이 필요한 듯 해서 지금의 실력으로는 무리일 것이라 판단하고 포기했다.


위의 경우는 막막함을 느끼는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해결 방법이 떠올라야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즉, 처음에 문제를 풀기 위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본 후,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면 자신에게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고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벽에 부딫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기존의 지식에 기초하여 문제를 해석한다(problem representation). 이를 기반으로 하여 해결을 위한 단서들을 탐색(search)하는데, 운 좋게 한 번에 해결책에 이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교착상태(impasse)에 빠진다. 교착상태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여기에서 어림짐작으로 이런 저런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이전의 시도들에서 스스로 가했던 제한을 인식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거나 문제를 잘게쪼개는 등의 과정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해석을 바꾸게 된다(representational change). 이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해결을 위한 단서들을 탐색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결국 교착상태에 빠졌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너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 있는 지를 알 수 없을 때, 일단은 아무 곳에서나 조심스레 실을 당겨본다. 더 이상 이 부분을 당겨서는 안 되겠다 싶으면 풀리는 모양을 보면서 또 다른 부분을 당겨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


진로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세상에 어떤 삶의 길들이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내가 좋아하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전망이 있는 지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또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한참 뒤떨어져 있거나 내가이전에 세웠던 계획에 비추어 볼 때 전혀 거리가 먼 상태에 있어서 뭘해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때 만족스런 진로와는 관련이 없을 듯 하더라도, 글을 쓰거나 강연회에 참석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당장 떠오르는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면 이전에 나로 하여금 답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던 ‘진로에 대한 해석’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단서를 탐색할 수 있게 되어 결국은 만족할 수 있는 진로를 찾을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서 논문을 쓰거나 직장에서 무언가를 기획할 때 당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쓸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참 거리가 멀거나 허접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처음 들었던 생각을 파고들다 보면, 나중에는 처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견할수 있을 때가 많다. ‘시도해 보지 않고는 누구도 자신이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우리에게는 막막한 상태에서 느끼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큰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는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작조차 할 수 없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시도해 보았는데도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느껴질 때,거기서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이유는 내가 풀 수 없을 것이라 지레결론을 내렸거나 자기도 모르게 올바른 풀이를 방해하는 제한 또는 가정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풀다가 벽에 부딪쳤을 때는 이것을 나의 실력이 모자라는것으로 해석하지 말고,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레 겪게 되는 현상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바로 답을 찾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Öllinger, M.,Jones, G., & Knoblich, G.(2014). The dynamics of search, impasse, and representational change provide a coherent explanation of difficulty in the nine-dot problem. Psychological research, 78(2),266-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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