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뺀질이 부원 때문에 독박쓸 때 : 사회적 태만

by 싸이링크

학기 초, 동아리 홍보를 통해 부원을 모집하는 시기다. 동아리 회장인 A는 홍보 영상과 포스터 제작, 동아리 활동 계획서 제출, 홍보를 위한 각 반 투어, 면접 질문 만들기 등 할 일이 태산이라 정신이 없다. A가 부회장 B에게 홍보 영상을 부탁했더니 처음에는 ‘연락을 확인 못 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룬다’는 등 변명을 하면서 피해 다녔다. 그러다 마지못해 동영상을 맡긴 했는데 너무 엉성하게 해서 결국에는 A가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는 동아리 행사나 일상적 관리에 필요한 활동들을 늘 이런 식으로 A에게 은근히 떠 넘겨 왔다.


A의 입장에서는 B가 드물게 무책임한 별종으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이런 인간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학교에서 조별과제를 할 때나 직장에서 팀을 이루어 일할 때 이런 인간이 끼어 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다. 집단에서 일할 때 개인이 꾀를 부리는 경우가 워낙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니 ‘사회적 태만’ 또는 ‘링겔만 효과 (Ringelmann effect)’라는 고유의 이름까지 가지고 있다.


사회적 태만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한데, 이를 고전적 기대-가치 이론에 따라 나누어 보면 ‘결과의 가치’와 ‘도구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1). 결과의 가치란 어떤 일을 한 결과가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뺀질이들은 결과가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성이란 어떤 일을 해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뺸질이들은 꼭 자기가 일을 해야만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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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에서 B가 이런 밉살스런 생각을 하는 이유를 좀 더 들여다 보자.


B가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이런 것일 수 있다.

스펙을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을 뿐 사실 그 동아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집단의 가치)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 홍보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 (과제의 가치)

홍보활동을 게을리 했다고 해서 점수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평가 가능성)

나로인해 A가 힘들어 지더라도 내 알바 아니다 (사회지향성)


B가 꼭 자기가 홍보활동을 해야만 동아리 부원을 모집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이런 것일 수 있다.

내가 안 하면 A가 하거나 다른 부원들 시키겠지 (집단의 크기)

내가 일을 얼마나/어떻게 했는지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거야 (평가 가능성)

내가 동영상을 만들지 않아도 A가 만든 포스터를 쓰면 되지 (중복성)

동영상 없다고 해서 지원할 애들이 지원 안 하지는 않아 (개인-집단 성과 연계성)

신입부원이 적다고 해서 우리 동아리가 스펙에도 못 쓸 동아리가 되는 건 아냐 (집단 성과-결과 연계성)


이 얌체들을 어떻게 하면 협조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첫째, 이들의 얌체 짓이 의미 있는 타인에게 분명히 드러나도록 하여 책임감을 강화한다.

각자의 할 일을 분명히 정하고, 하지 않은 일을 명시하여 그 결과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 조별과제라면 해당 과목의 성적과 직접 관련이 되니까 농땡이 핀 사람들의 이름을 밝혀서 감점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아리는 성격이 좀 다르다.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점수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상벌을 가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때는 사회적 인정이라는 보상을 생각해보자. B와 같이 이기적인 뺀질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에 매력을 느끼거나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이해득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따질 뿐이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는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판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2). 이 때, 앞의 타인은 자신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람을 말하고, 이 때의 타인은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 그 동안 각자가 일을 얼마나 해 왔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모두가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번 안 하면 그 뿐이었던 일이 안 할 때마다 ‘일 안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때문에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주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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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큰 그림을 강조하여 일의 가치를 높인다.

단순히 ‘난 열가지를 하는 데 넌 한가지만 하냐?’는 개인적 불만에 그치지 않고 동아리 차원에서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또 앞으로 타학교와의 연합, 지명도 있는 외부 행사에서 좋은 결과 얻기, 입시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 주기 등을 통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아리로 성장시키면 얼마나 보람 있겠냐, 그러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하여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째, 구성원 간의 응집력 또는 친밀감을 높인다.

선택의 폭이 넓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원 사이의 응집력(뭉치는 힘)이나 친밀감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부에 치여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다, 동아리 자체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스펙을 위해 도구적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에게 별로 이득이 될 것 같지 않은 일을 하라고 할 때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유별나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시간, 돈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까봐 두려워서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를 꺼려하기도 한다3). 알고 보면 뺀질이들이 동아리 일에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정신이 피폐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니 뺀질이를 인성파탄자로 치부하고 등을 돌리기 전에, 서로에 대한 기대나 서운함을 터 놓고 얘기하기, 사적인 고민 상담해 주기, 같이 놀기 등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 Rutte, C. G. (2003). Social loafing in teams. International handbook of organizational teamwork and cooperative working, 361-378.

2)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2017), 김학진 저, 갈매나무 출판

3) https://www.psychmechanics.com/2014/10/personality-traits-selfishnes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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