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두 문장을 결합하여 한 문장을 만드는 익숙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시험공부를 할 때와 주/부문장의 순서가 다르게 출제되었는 데 늘 하던 순서대로 결합해서 틀렸다
수학 :
문제를 제대로 풀어서 답이 두 개 나왔는데 시험공부 할 때 비슷한 문제들은 늘 답이 하나였기 때문에 하나만 썼다
위의 경우는 유형을 판단하는 데 있어 핵심 특징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시험 문제는 공부했던 문제와 똑같지 않다. 기존의 문제집이나 프린트에 있는 문제와는 숫자, 상황, 질문의 형태 등 뭔가는 다르게 출제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로부터 기존에 공부했던 문제들과 같은 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관건이다. 그런데 A와 B가 같은 유형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A와 B가 여러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서 제시하는 단서의 순서나 종류와 같은 표현 방식, 문제에서 의도하는 핵심 원리, 답의 형태 등. 다양한 특징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유형을 판단하는가에 따라 같은 유형일 수도 있고 다른 유형일 수도 있다.표현으로만 보면 함수 문제인 듯 하지만 적용 원리를 보면 중복조합일 수 있는 것이다.
예로 아래 그림을 보자. 물음표 카드를 어떤 문제라고 할 때, 색의 관점에서 보면 2번, 개수의 관점에서 보면 4번, 모양의 관점에서 보면 1번이 같은 유형이 된다.
어떤 대상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 가를 판단하는 것으로 범주화(categorization) 또는 범주 학습이 있다. 범주를 판단하는 데는 크게 겉으로 드러난 유사성에 기초하는 방법과 요소 간의 관계 또는 규칙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사성에 기초하여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들과 대학 1학년생을 대상으로 20여개의 물리학 문제를 제시한 후, 비슷한 유형끼리 묶고 그 기준을 말하도록 했다*. 이들의 유형 구분 기준에는 공통적인 것이 25% 밖에 되지 않았는데, 대학생들은 주로 눈에 보이는 특징(예: 빗면, 문제에 제시된 용어)을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한 반면, 박사과정 학생들은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예: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했다. 이들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보인다. 3분간 ‘경사면이 포함된 문제’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모두 말하게 했을 때, 박사과정 학생은 처음부터 문제를 풀기 위해 사용할 원리를 중심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반면,대학생은 초반에는 관련된 수치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적용할 원리를 생각했다.
유형을 적절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상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습관이 도움된다.한 연구에서는 피험자에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예시를 제시하고 둘 간의 차이를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했다**. 그리고 피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서,한 집단은 우선 둘 간의 공통점을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한 후 차이를 기술하도록 하고 나머지 한 집단은 차이만 기술하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새로운 보기들을 제시하고 이들이 각각 두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답하도록 했다.그 결과 두 유형 간의 핵심적인 차이를 기술한 비중이 차이점만 기술했던 집단은 28%인데 비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기술했던 집단은 57%로 두 배 정도 높았다. 또한 핵심적 차이를 파악한 사람들은 유형 구분의 정확도가 약 40% -70%인데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약 70% -90%로 뚜렷하게 높았다. 한편 큰 그림에서의 차이를 본 사람들이 구체적 과정 중심에서의 차이를 본 사람들에 비해 응용력이 높았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것들 간에 보이지 않는 원리의 차이를 파악하고 겉으로 달라 보이는 것들 간에 보이지 않는 원리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을 때 유형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하거나 다르다는 것을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을 때 응용력이 높아진다.
유형 판단은 학습의 기본이지만 사람에게도 다양하게 적용된다. 일상에서 사람에 대한 유형구분으로 친숙한 것이 성격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MBTI인데 이는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핵심 특징을 다음 4가지로 본다.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에 따라 내향-외향, 어떤 정보를 중시하는 가에 따라 감각-직관,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사고-감정, 생활양식이 어떠한 가에 따라 판단-인식. 이 외에도 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Big5,기업이나 일반인에게 친숙한 DISC, 에니어그램,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16PF도 있다. Big5, DISC, 16PF는 엄밀히 말하면 유형 구분이라기 보다는 차원별 강도를 보는 것이지만 차원간 프로파일에 따라 유형 구분도 가능하다. 이들은 기준이 다르기 떄문에 MBTI의 어느 한 유형이 Big5, DISC, 에니어그램, 16PF의 어느 한 유형에 100% 대응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성격 검사를 사용하는 가에 따라 A, B, C 세 사람 중 A와 B가 같은 유형일 수도 있고 B와 C가 같은 유형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일상에서의 또 다른 예로 상황을 유형화해 볼 수 있다. 학교 동아리를 운영하는 A가 있다고 하자. A가 한 번은 동아리원들에게 모임 시간을 한 번 공지하고 다시 확인하지 않은 탓에 참석자가 적어 모임이 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하자. 그 후 조별 과제에서 각자 맡은 일을 순차적으로 하는 데, A가 자료를 늦게 보내고 나서 다른 일 하느라 확인 연락을 하지 않아 다음 사람이 제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하자. 겉으로 드러난 특성만으로 보면 전자는 모임을 소집하는 일이고 후자는 자료를 제출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일이다. 하지만, 여러명이 행동을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확인 연락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유형에 해당한다.
유형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어떤 대상 간에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 가를 판단하는 것이다.대상들은 대부분 서로 같은 것과 다른 것이 섞여 있다. 따라서, 핵심 특징이 유사하고 그 외의 것이 다르다면 같은 유형이고 다른 것은 유사하지만 핵심 특징이 다르다면 다른 유형인 것이다.
따라서 유형을 헛짚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유형을 판단하는 데 여러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이 중 어떤 것이 그 유형의 핵심 특징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 Chi, M. T., Feltovich, P.J., & Glaser, R. (1981). Categorization and representation of physics problems by experts and novices. Cognitive science, 5(2), 121-152.
** Smith, L., & Gentner, D.(2014, January). The role of difference-detection in learning contrastive categories. In Proceedings of the Cognitive ScienceSociety,36(36), 1473 - 1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