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보다 더 크고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자 했던 것인데, 효과는 묘했습니다. 시험 중 불안은 별로 진전이 없었는데 시험 후 불안은 거의 없더군요. 아무리 시험을 망쳐도 시험 당일 채점 후 한동안 울고 난 후에는 회복되곤 했습니다. 다음 날 있을 시험 준비를 할 때,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놀 때, 시험 후 각종 과제를 할 때 에너지 손상을 거의 입지 않고 팔팔했습니다.
시험 중 불안에 별 효과가 없는 이유는 두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째, 시험 중 불안과 비저닝은 거리가 멀었습니다. 포괄적 태도 변화가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 스킬로 연결되지 못한거죠. 저는 물고기를 잡아 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접근했지만, 실상은 ‘네가 직접 물고기를 잡는 게 좋아’라고 말만 하고 정작 잡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은 꼴이었던 겁니다.
둘째, 아이의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생각하기 좋아하는 연역적 스타일이라 원리나 개념이 주어지면 그것에 내포된 것을 곱씹어 보고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경험이 모여야 원리나 개념을 이해하는 귀납적 스타일입니다. 일단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가 비슷해야 학습이 일어나는 거죠. 저는 늘 제가 뭔가 고민할거리를 던져주면 아이가 이리저리 생각해서 구체적 방안까지 확장할 거라 기대하지만, 아이는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말해주어야 움직이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가 회복탄력성이 높으며, 낯설고 힘든 일도 흔쾌히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상황상 떨어질 게 뻔한 교내대회라 해도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며 참가신청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교내 대회용으로 창업보드게임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다른 팀들의 방법에 비해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 많은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좀 더 쉽고 편하게 시중의 보드게임을 사용해도 될텐데 굳이 직접 만들겠답니다. 그래도 아이디어 짜고 파일럿 테스트하고 도구 제작하느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