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문제 분석에 대한 성찰

by 싸이링크

이 전에는 문제풀이의 기반이 되지만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했었는데, 점점 그럴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번에는 아이의 문제풀이 행동 자체를 다루었습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직장인의 교육이 일반 소양이나 이론에서 전문 직무와 실제 문제 해결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추세인거죠^^.


문제풀이 분석에 익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와 저의 인지양식이 상극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충동적이고 장의존적(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음, 구체적 지시 필요)인 반면 저는 숙고형이고 장독립적(상황의 영향을 적게 받음, 추상적/이론적/분석적)이거든요.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서 간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런 방법이 불편했던거죠.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일일이 쓰게 하고 점검할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주로 왜 틀렸고 다음엔 어떻게 할거니?’라고 물었을 때 대답이 적절했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었습니다. 저도 공부할 때 이런 걸 시시콜콜히 집계하고 분석해서 기록하지 않았으니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틀린 문제는 머리에 단단히 박혀서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풀 때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답이 통 신통치 않았습니다. 모르겠다, 시간이 부족했다, 생각이 안 났다, 실수했다, 공부를 덜 했다… 대체로 답이 이랬습니다. 그래서 생각의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게 된거죠.


이걸 계속하면서 ‘사고력이 필요하니 밀어붙이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싫어하니 그만두는 게 나을까?’,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게 나을까?’ 여러 번 갈등했습니다. 한데, 학원에서 엄청난 양의 문제를 푸는 데도 불구하고, 여러 번 틀린 문제를 설명해 보라고 할 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더군요. 반복에만 맡겨둘 수 없다 싶어서 방법을 바꿔가며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제가 채근하지 않아도 시험 공부할 때나 시험 끝나고 나서 틀린 문제를 스스로 분석합니다. 분석의 수준도 전보다는 내실이 있구요. 시험불안의 경우, 예전에는 시험 때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예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안 났었는데 그런 증상은 없어졌습니다. ‘이 문제는 풀 수 있는 건데 지금 불안해서 일시적으로 안 풀리는 거니까 다른 문제 풀고 오면 괜찮을 거야’하고 시험 중에 감정을 컨트롤하기도 합니다.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성적도 한 등급 올랐습니다. 아직 완성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가 눈에 보여서 기특합니다^^.


한편,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여전히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두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째, 감정 문제입니다. 저는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해서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는데, 아이는 이 시간을 혼나는 시간으로 여긴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때의 메시지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 듯 합니다. 실패에서의 학습이 일어나려면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느껴야 하는데 아이는 이 시간이 그리 안전하지 않았던 거죠. 아이는 제 노력이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는 위협으로 느껴지고 저는 아이의 반응이 ‘사고력의 상실’이라는 위협으로 느껴져서 악순환을 가져온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부적강화.jpg


둘째, 일관적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간단한 양식인데, 아이가 작성할 때는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꾸준히 하지 못하고 다른 급한 일에 치여서 중단되는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바쁠 때는 약식으로라도 끊기지 않게 하던가, 아니면 매일 대신 매주, 매주 대신 격주 등으로 간격을 벌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