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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링크 May 29. 2019

심리학 메이커스란

심리학 & 현실


심리학 전공자로서, 어느 날 문득 심리학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싶어졌다. 심리학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심리학이 개인이나 조직의 삶에 멋진 통찰을 준다고 감탄하곤 했지만, 정작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에서는 심리학이 그닥 효과적으로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priming 효과가 포함된 연구들에서는 참여자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약한 자극에도 태도나 행동변화가 발생하는데, 현실에서는 작정하고 꽤 긴 시간 뭔가 조치를 취해도 좀처럼 행동이나 태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때가 많았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런 조치들을 상쇄할 만한 자극들이 얽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상황을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고, 대상자의 특징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 


암튼 그래서 심리학 책을 읽고 내용을 찬찬히 현실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내가 심리학 책을 고르는 방법


‘심리학 메이커스’ 모임에서는 매 시즌 마다 2권을 선정한다. 책을 읽은 후 2차에 걸쳐 적용안을 고안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책을 고를 때는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우선 우연히 어떤 책을 읽었는데 ‘이건 이 상황에 도움이 되겠다’싶은 생각이 들거나, 거꾸로 어떤 상황을 고려해서 그에 도움이 될 듯한 책을 찾아서 첫 번째 책을 고른다. 그런 후에는 그 책과 짝이 될 만한 책을 물색한다.


한데 이 과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단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끝낼 때에 비해, 그 책을 활용해서 변화를 꾀하려고 하면 그 책이 정말 다채롭게 해석된다. 마치 회색이 흰색 옆에 있을 때와 검은 색 옆에 있을 때 달라 보이는 것처럼. 또, 어떤 책을 짝으로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 두 책을 아우르는 테마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시즌 8의 경우, 우연히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읽었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내가 하는 대화의 상당 부분이 챗봇과 구별되지 않겠다 싶어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짝을 찾기 시작했다. 


꽤 많은 책들을 검색해서 몇 가지 후보를 고른 후, 두 책의 조합이 주는 의미를 고민했다.   


단어의 사생활 (제임스 페니베이커 저)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서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과 짝을 지으면 두 책을 아우르는 테마로 '표현'을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오카다 다카시 저)

정신과 의사가 쓴 것으로 치유적인 대화법에 관한 것이다. 이 책과 짝을 지으면 두 책을 아우르는 테마로 '상황에 따른 대응'을 생각할 수 있다.


피드백 이야기 (리처드 윌리엄스 저) 

효과적인 피드백과 비효과적인 피드백을 스토리식으로 풀어내었다. 이 책과 짝을 지으면 두 책을 아우르는 테마로 '어조'를 생각할 수 있다.


리더라면 이렇게 말해주세요(프리데만 슐츠 폰 툰, 요한네스 루펠,로스비타 슈트라트만 저) 

대화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메시지와 가치관을 다루었다. 이 책과 짝을 지으면 두 책을 아우르는 테마로 '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고심 끝에 두 책의 조합이 주는 의미와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마지막책으로 골랐다. 


짝을 찾는 작업이 시간이 꽤 걸려서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책이 주는 의미를 폭넓게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좋다. 



심리학 메이커스


‘메이커 교육’, ‘메이커 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메이커 운동은 개인의 취미부터 산업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움직임을 말한다. 메이커 교육은 이론이나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만드는 교육이다. 주로는 과학이나 공학에 사용되지만, 어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심리학도 메이커 운동이 가능한 분야라고 본다. 심리학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법정 다툼과도 닮은 점이 있다. 현상은 하나지만 그것과 관련된 개념은 굉장히 많고, 심지어 상반되는 시각도 있다. 같은 개념에 대해서도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방법의 이름이 같아도 실제 적용하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 


개인이나 조직의 어떤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처방한 해결책을 받아 먹기 보다는, 여러 단서들을 가지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멋진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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