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리뷰
제목부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1992년 출간이니 쓰인 지 30년 남짓 지난 소설이나, 30일 전에 초판 1쇄를 찍었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 독재정권에 맞선 단일대오가 87년 민주화 이후 각 분파로 흩어져 목소리를 한창 키우던 시기 즈음일 테니, 90년대 초에 충분히 쓰였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2010년대 중반,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메갈리아라는 웹 커뮤니티 유저들 때문에 한창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한 혐오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일베게이'는 성 차별적 언사를 더 모멸스러운 표현으로 배설했고, '메갈리안'은 그 혐오를 미러링으로 되받아쳤다. 혐오의 성대결은 랜선을 전장으로 만들었다.
X세대가 등장한 낭만의 20세기답게, 강민주는 21세기의 키보드 워리어와는 다른 삶을 선택한다. 남성에 의한 착취를 은폐하는 자본주의 상품인 백승하를 납치해 가부장제 구조의 위선을 까발리는 것. 이로써 여성성에 의한 지배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남성 위에 군림하는 것. 황남기를 착취하고 백승하를 이용하여 강민주의 이갈리아를 구축하는 것.
황남기(荒男技)의 총격으로 강민주(强民主)의 이갈리아는 끝내 깃발을 세우지 못한 채 실패한 혁명이 된다. 결국 폭력을 위시하는 '남성성'이 지배논리를 수성해 냈다. 하지만 남기가 민주에게, 민주가 승하에게, 또다시 승하가 민주에게 가졌던 존중, 호감, 그리고 어쩌면 사랑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결하지 않아도, 지배권력의 자리를 두고 다툼하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는 무대의 가능성.
한 모임에서 페미나치와 같은 극단주의자가 있기에, 공론의 장이 더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한 이에게도, 내게도 미감에 맞지 않는 일이지만 일견 타당한 면도 있다. 극단에 피로를 느껴 떠나는 이도 있겠으나, 더 많은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강민주는 틀렸고 실패했다. 그럼에도 발버둥 친 난장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계속해서 상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