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리콜라주 Jan 26. 2021

왜 신호등은 빨노초 인가?

색 인권 실현

기본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하는 테스트가 있다. 바로 색약, 색맹 테스트가 그것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도 당연히 한다. 이유는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신호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색을 잘 구분 못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것이 어려우니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직업상 색상을 구분 못하면 어려운 일이 있는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운전 같은 기본권에 해당하는 부분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기본권도 기본권이지만 색약이나 색맹자가 착각하여 생기는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사람들은 또 어쩌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색상의 속성이나 시인성 때문에 다른 색상을 쓰는 것은 헛갈려 오히려 더 위험해져서 안된다면, 신호등의 모양을 바꾸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간단한 심벌을 더하는 건? 정지 신호 위에 X 표시를 덧 붙인다던지, 신호등 틀의 모양을 바꾸는 건? 정지는 네모 틀, 직진은 동그라미 틀, 대기는 세모 틀...


아주 간단한 개선으로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기본권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하는 걸까? 왜? 왜?


예산 문제? 이건 문제가 안될 것 같다. 기존 신호등은 유지하고 신규 교체 신호등만 적용하면 원가의 큰 증가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문제이다. 중국에서는 아예 기둥을 LED로 도배를 해서 시인성을 높여주는 판에, 그 정도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 무슨 이유일까? 국제 규약에서 신호등의 모양과 색상 바꿀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흠... 이건 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외국인들도 국제 운전면허증으로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해야 하니, 신호등이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면 운전 자체를 할 수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일본이나 영국은 심지어 좌측통행인데, 그런 국제 규정이 있다면 오히려 그런 걸 통일해야 할 것 같은데? 란 생각이 들었다. 또 요새처럼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에 그런 정도는 국제 사회에서 충분히 협의를 거쳐 개선될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나의 호기심은 이내 짜증으로 바뀌었다. '그냥 안 하는 것이다.'라는 심증이 굳어져갔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보았다.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이런 기사를 발견하였다. '고등학생, 색맹에게도 보이는 착한 신호등 발명' (링크)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기사 주요 내용 참조 (한겨레 신문)

그런데 기사 내용 중 바로 이목을 끄는 구절이 있었으니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남군은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지난해 7월 9일 치 <한겨레> 기사 ‘색각이상자 안전운전, 신호등 모양에 답 있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 나랑 비슷한 생각들이 있었군! 기사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나의 아이디어와 거의 일치한 내용이었다.

현준영 분당 서울대병원(안과) 교수는 “신호등을 형태로 구분하도록 만들어 주면 색각이상자들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지 신호인 빨간색은 삼각형, 멈춤 신호인 노란색은 사각형, 직진은 원형, 좌회전은 화살표 모양으로 바꾸면 색각이상자들이 쉽게 가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문보기)


그런데 도대체 왜 안 하는 거야??? 거기에 대한 답도 기사에 있었다. 원문을 그대로 캡처 해서 올린다. (빡침 주의)

경찰청에 말씀드리고 싶다. "2011년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니 그냥 도입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선 신흥국 경찰청에도 이런게 있다고 좀 알려 주시고요."


주말엔 경찰청에 민원이나 하나 넣어야겠다.  


끄읕.

매거진의 이전글 왜 브런치 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