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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한 나비 Oct 13. 2019

거기, 잠시 멈춘 그대에게

거기 당신, 우울하다면 잘하고 있는 중이란 걸 잊지 말게.

 누구나 열심히 살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대학 가보겠다고 치열하게 입시 생활을 치르고 나니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고등학교 입시를 겪는 와중이 아닌 입시가 끝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대학생활에 들어서자 우울이란 녀석이 본색을 드러냈다. 이것은 어쩌면 과정이 너무도 끔찍했고 그만큼 목표에 다다랐을 때 행복이 기다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인 거 같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만큼 행복한 결과에 다다른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를 이뤘을 때 행복함은 아주 잠깐뿐 감정은 무뎌져 결국 원상태로 돌아오거나 더 고통스러워질 수도 있다.


 우울은 힘든 삶에 치여가다 보면 찾아오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아주 끈질기게 달라붙어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다. 한번 그 감정에 노출되고 나면 근본적 원인의 해결이나 상황의 반전 없이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 우울할 때 좋은 행동 방침을 알고 있다.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진다.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당신이 무언가에 치여 살고 있다면, 위의 것들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거 잘 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조금의 빈틈을 만들어 운동하거나, 야채나 과일식을 챙겨 먹는 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악순환 고리에 들어서면 우울은 점점 깊어만 간다. 끝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계속 걷고만 있는 것이다. 의심과 걱정으로 가득 찬 채로. 그런 상황 속에서 어느 누가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겠는가.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부러워 보이는 지경이다. 책이나 방송매체에서는 생각하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저기 저 생각 없이 가는 사람들이 더 잘살고 있는 이 상황은 무엇인가. 여기서 생각해봤자 뭐가 더 나아지랴. 의구심으로 가득 찬 고민만 지속될 뿐 상황은 더 악화되는데.



그러나 거기 당신, 우울하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오.

 매일 징그럽도록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거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괴롭다거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앞길에 고통스럽다거나. 우울할 수 있다. 아니 우울한 게 당연하다. 왜냐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니깐. 지금의 삶에 불만이 생길 때 우리는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변화를 시도할 때 더 큰 우울함에 잠긴다. 우울이 당신을 점령하여 원상태보다 더 악화된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고통은 언젠간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 인생이 지속되어온 것이고.


 그렇기에 당신 고생 많았다. 우울이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당신이 다시 잘 자고, 운동하고, 좋은 식사를 할 용기가 나타날 때, 그때 우울은 떠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용기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용기를 내고 싶어도 상황이 좌절시킬 수도 있고, 시간이 있어도 당신 내부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우울해도 멈추지 말길 바란다. 걸어가다 보면, 어쩌다 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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