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한 성장기
나는 락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매우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그 관심이 깊어짐에 따라 학창 시절 내내 밴드에서 기타를 치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되돌아보면 나의 내면적 성장은 폭넓은 독서와 경험에서도 비롯되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요소는 음악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때 남들보다 많은 음악 장르를 접했었고 그 덕에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락이나 프로그래시브, 클래식, 재즈, 힙합 그리고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눈을 뜰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멋있어 보이던 일렉기타라는 악기에 독학이라는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고 부모님을 설득하여 싸구려 기타를 하나 갖게 되었다.
독학으로 악기를 배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게 재밌었고,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워갈수록 기술을 하나씩 익혀 나갈수록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기타는 나에게 많은 기회를 안겨주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수행평가와 같이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고 많은 친구들 앞에서 기타 연주를 해야만 했었다. 친구들에게는 처음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아무에게도 기타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터라 떨림도 컸었다. 그런데 연주를 끝내고 보니 남들 앞에 서는 게 그렇게 떨리는 일도 아니라는 것과 전교에 나만큼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기타 잘 치는 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그 덕에 자신감도 얻게 되어 여러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수업시간에 종종 선생님들이 시켜서 연주하기도 했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에 음악 선생님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기타에 몰입했던 경험은 공부로도 이어졌는데 기타에 빠져 학교 마치고 하루 종일 기타 연습에만 시간을 보냈던 것이 나도 모르게 나의 근성에 큰 영향을 주어 공부를 끈기 있게 잘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남들 학원 갈 시간에 집에서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걱정을 하셨지만 성적으로 증명해 보임에 따라 나를 믿어주셨다.
음악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다. 간혹 나에게 어떤 장르를 좋아하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음악 취향을 알고 싶다면 장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장르에 상관없이 그 음악이 담고 있는 색깔과 메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하고 잔잔하며 침울하거나 향수에 잠기는 느낌을 주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좋아해 왔던 음악들을 곱씹어보면 다 우울한 느낌이 들곤 한다. 물론 그 우울을 자세히 표현하자면 '향수(nostalgia)'에 가깝다. 가본 적 없는 시대와 장소지만 음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었고 마치 그 음악가가 겪은 경험을,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느끼는듯한 기분이다.
이센스는 내가 힙합이라는 장르가 시끄럽기만 한 것이 아닌 자신의 솔직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라는 걸 가르쳐준 아티스트이다. 록 음악만이 나와 잘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생각을 부서 준 것이다. 그 뒤로 음악을 들을 때 장르보다는 내가 얼마만큼 음악에 집중하고 흡수되는가가 나에게 좋은 음악의 기준이 되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나는 겉으로는 외향적으로 보이고 활발하게 보이려 노력했으나 사실은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항상 어딘가에 꽂혀있으며 우울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나와 비슷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