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이야기
나의 기타 실력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던 시기를 꼽자면 바로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업 위주로 공부를 하였기에 기타라는 악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오니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여유로운 학기와 긴 방학이 주어졌고 남는 시간 동안 좋아하는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타 연습과 음악 공부에 투자하였고 슬럼프라 불리는 성장이 더딘 구간도 여러 번 지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기타에 대한 욕심으로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는 남들 계절학기를 위해 신청하는 기숙사를 기타 연습을 위해 신청하였었다.
매일을 아침 6시 즈음 기상하여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며 기타 연습에 몰두하였다. 연습은 주로 밴드 연습실에서 하곤 했는데 기타를 너무 많이 쳐서 2~3일에 한 번씩 줄이 끊어지곤 했다. 초반에는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구간이 한동안 안보였다. 결국은 재능의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기타를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유튜브를 보던 중 타블로의 인터뷰가 추천 영상에 떴었고 그 인터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재능이 없다고 자책하고 있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재능이라는 것이 결국 노력하고 있다는 자체였다는 것이다. 기타를 더 잘 치기 위해 매일 적은 수면 속에서 버티며 연습할 수 있는 열정이 결국은 재능이었다는 것이다. 이 인터뷰 덕분에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또 한 번의 도약을 할 수 있었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졸림이 몰려와도 너무 행복했고 여름방학 동안의 연습은 그 1년 기간 중에 가장 힘든 기억이자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경험은 공부를 할 때에도 여행을 떠날 때도 다른 취미를 배울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분야만 다를 뿐이지 본질적인 의미는 같기 때문이다.
밤샘 기타 연습을 마치고 아침 7시 즈음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오는데 살면서 타본 버스 중에서 가장 흔들림이 적은 버스였었다. 맨 앞자리에서 졸다 깨어나니 기사님께서 "잘 주무셨나요?"라고 물어보셨고 "기사님께서 너무 운전을 잘해주셔서 버스에서 잔 줄도 몰랐다"라며 웃으며 화답했었다. 그러자 기사님께서 본인은 사람들 재우는데 달인이라며 본인이 운전하면 모든 사람이 잔다고 하셨다. 그리고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며 나에게 운전을 잘할 것 같다며 말씀해주셨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하니 조언을 해주시겠다며 아까 본인이 사람 재우는데 달인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다.
기사님께서 생각하는 운전을 잘한다는 기준은 옆사람을 재울 만큼 부드럽게 운전하시는 것이라 하셨다. 본인도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운전을 하셨고 처음 운전을 배웠을 때 역시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셨다. 무엇을 배우던 처음에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하셨다. 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은 잘하게 되어있고 프로의 길로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기사님을 만나왔지만 이 기사님처럼 자신의 일에 신념과 철학을 가진 분은 처음 뵈었던 것 같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즉슨 디테일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바로잡는 게 너무 힘들고 티도 안 나니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처음 배울 때 제대로 혹은 바른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것 역시도 결국 언젠간 이 디테일을 신경 써야 할 것이고 그때 가서 버릇을 고치기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서 제대로 배워라는 것이다. 나는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기에 바른 자세로 기타를 연주하지 못했었고 자세를 고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였다. 영상을 찍어 기타리스트들의 자세와 비교해보며 다시 처음부터 바로 배워갔다. 디테일을 신경 쓰면 실력도 더디게 늘고 이상한 자세로 할 때보다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되던 기술도 안되기 시작하여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견디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축적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낸다면 한 순간에 실력이 팍 늘어있는 것이다. 마치 득도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수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