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알려 주는 각종 조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담배연기로 가득한 방 안에서 숨 쉰다는 것은 마치 난해한 음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매일을 정해진 규칙에 의해 살아가는 삶에 지쳐 내뱉는 마지막 발악이랄까.
"너는 왜 그렇게 자주 술을 마시니. 그것도 과하게."
"요즘 삶이 주는 무료함이 너무 크게 다가오는 거 같아. 근데 술에 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기분이 좋으면 이 보잘것없는 삶도 조금은 멋있게 느껴지고."
"그렇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어. 네가 아무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일탈을 해도 결국 제자리라는 거지. 아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될 거야."
"하지만 나는 내 주변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고. 왜 내 운명은 정해져 있고 모두가 가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거지? 내가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점점 구덩이로 빠지게 되는데 이 구덩이가 나는 오히려 편안하고 좋아. 그런데 이 구덩이에서 살다 보니 술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게 느껴지더라. 멀쩡한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면 때문에 진짜 내 모습이 안 보여. 이 가면을 벗어야 내가 나를 진정 인정해주는 거지."
"나는 너를 도와주고 싶어. 그런데 너는 자꾸 내 손길을 피하고 있네. 몽롱한 상태는 너를 중독으로 몰아넣을 거야. 그건 위험한 일이고. 너 최근에 햇살을 느껴보기는 했니. 매일 찬 공기 속을 헤매며 살고 있잖아."
"술과 담배의 도움이면 숨 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적어도 나쁜 생각은 안 들거든. 삶이 이토록 힘든데 햇살이 무슨 소용이겠어. 오히려 해가 진 시간이 나는 더 편안해.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 삶보다는 행복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행하겠지. 나는 찬 밤공기가 편하고 정신을 외롭지 않게 하려고 술을 마시는 게 좋아. "
"너는 자발적으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구나. 너, 그렇게 사는 거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에 분명 이 시기를 안타깝게 생각할 거야."
"아니. 나는 후회하지 않아. 이게 나인걸. 세상이 삶의 방향을 제한해 놓았지만 나는 이걸 부서 버리고 말 거야. 남들 취업한다 결혼한다 난리 칠 때 나는 내 길을 갈 거라고.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맨 정신으로 바라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야. 이 미로를 탈출하고 싶어. 빨간불은 건너지 말라고 하지만 이걸 건너야만 이 벽을 넘을 수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