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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한 나비 Apr 15. 2019

우울한 글

무기력한 하루의 연속

01. 배고프고, 졸리고, 춥게 지내는 게 익숙하다. 나 자신을 옭아매는 줄이 이제 숨통을 조여 온다. 기분은 저 밑에서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나 역시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삶이라는 것이 고통스럽고 괴로우며 동시에 공허한 것이라면 내 삶은 정상적인 것이라 볼 수 있는가. 아름다움과 행복이라는 것의 존재가 나에게는 과분한 것일까. 조금 더 슬퍼지고 힘들어지면 모습을 드러낼까.


02. 내가 살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파고든 것은 음악과 운동이 유일하다. 배움의 과정과 연습의 시간들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정말로 좋아했기에 행복하고 즐거웠다. 운동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못하게 되었고, 음악은 학업에 밀려 잠시 놓았었다. 다시 음악을 잡고자 여러 시도를 했으나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하고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잠을 줄여가며 음악을 하다 면역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온갖 병을 안게 되었다. 몸도 정신도 불안정한 요즘이다.


03. 우울을 우울로 이겨낸다는 것이 맞는 거 같다. 기분이 한없이 우울할 때는 그냥 우울의 정점을 찍고 나면 다시 괜찮아지곤 한다. 그래서 우울할수록 우울한 음악, 우울한 글, 우울한 분위기를 찾게 되는 거 같다. 하루 그리고 일주일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는데 한 달은 참 안 간다.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울의 원인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원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라 그런 거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든 거 같다. 사회의 평균이라는 것에 맞춰 살아가기도 벅차다.


04. 고등학교 입시 시절을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기억의 연속이다. 그때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그리고 대학만 간다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도 생기고 꿈도 생기고 자신에 대한 성찰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쏟아지는 과제, 퀴즈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범위의 시험. 고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외롭고 고독하고 슬픈 싸움의 연속이다. 공부하는 게 이렇게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없다.


05. 정신과를 가려했으나 삼각김밥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나에게 그 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 독감에 걸려 약값만 어마하게 나왔으니 정신치료는 미뤄야 할 듯하다. 그래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 했는데 쏟아지는 일정에 갈 엄두가 안 난다. 하긴 독감에 걸렸을 때도 겨우 수업 빠지고 급하게 다녀왔으니 정신병은 오죽하랴. 그렇게 또 술을 찾는다. 병원비 대신 술값으로 일시적으로 우울을 치료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의사가 금연 금주하고 푹 쉬라던데, 술 담배 그리고 과로의 연속이다.


06. 친구가 왜 이렇게 밥을 안 먹냐고 물어 식욕이 없다 그랬다. 그랬더니 맛있는 거 먹자고 빵집에 데려가 맛있는 걸 먹여줬다. 고마운 친구다. 힘들 때 술도 사주고 우울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들어주는 친구이기에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결국은 다시 혼자로 돌아와 이 모든 것들과 혼자 싸워나가야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슬픔을 토로하는 것도 좋은 거 같다. 기침이 끊임없이 나오고 두통과 복통은 항상 따라다닌다. 신경쇠약도 온 것 같고 공황인 거 같기도 하다. 옛날에는 남들 이야기 같았는데 막상 내가 그런 증상을 경험하니 참 흔한 병이라는 생각도 든다.


07. 오늘도 밀린 과제를 꾸역꾸역 하고 자야 한다. 과제량이 너무 많아 시간의 대부분을 과제에 투자해도 부족하다. 결국 또 잠을 줄인다.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로 지내며 힘이 안 들어가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 수업을 듣는다. 아무리 소리쳐도 듣는 사람 없고 힘들다고 말하면 그저 가볍게 넘기기에 그냥 혼자 이겨내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 중이다. 학창 시절부터 과한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았는데 이제 점점 심각한 병까지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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