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거림

- 나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

by 재나

2018년 5월 어느 날



나는 계속 웅얼거린다.


Z는 오늘도 자기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Z에게 왔다가 의미를 주다가 다시 의미가 없어지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나도 Z에게 그런 존재일까. Z는 내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많은 말들을 하지만 그런 말들은 Z에게서 나온 말이라 그가 사라지면 곧 없어지고 말겠지.


Z를 통해서 그런 삶이 존재함을 알았다. 그의 삶이 샘이 났을까? 그 자연스러움이,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을 언어화하는 Z가 부러웠던가. 그 옆에서 나는, 내 언어를 가지지 못한 나는 웅얼거린다. 웅얼거리다 화를 냈다. 누구에게 내는 화였을까? 그림자 같은 나를 배려하지 않고, 무대에서 독무를 하는 댄서 같은 그에게, 아니면 나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나에게.


살아온 세월이 부끄러워, 내가 겪은 많은 경험들이 나의 잘못인 것 같아, 나를 언어화하지 못한다. 나는 웅얼거리다 공백으로 남는 그런 사람이었다.



소리 내어 말하고 싶다. 나 이런 사람이라고. 거짓의 나라도, 만들어서라도 나도 이야기하고 싶다. 나에 대해서. 말을 꿀컥꿀컥 삼키는 사람이 아니라 유쾌하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쓴다. 웅얼거리는 나라도 글에서는 글자로 남는다. 꿀컥꿀컥 삼키던 말을 뱉어 내어 화면 위에 글자로 채우고 싶다.



2019년 8월 3일


남들에게는 흘러가는 말, 단어들이 내 안에서 고인다. 고인 단어는 계속 소용돌이치면서 나를 뒤흔든다. 말, 언어는 나에게 무엇인가? 내 안의 말, 언어화되지 못하는 많은 말들. 나는 뱉어 내지 못하면서 타인이 뱉어 낸 말들이 나에게로 와서 고인다. 어떤 말은 고이다 나를 파고들고 스며들고 병들게 한다.

그렇게 나는 더듬더듬 내 말을 찾아간다. 언어화할 수 없었던 고통을 언어화하면서, 나를 설명하는 말을 찾아가면서 고인 물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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