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일상

여름휴가

by 재나

이번 휴가 계획은 책 읽고 글 쓰고 달리기. 그냥 일상을 통으로 사는 것이었다. 수업에 대한 걱정 없이.

수요일에 아침 수영을 하고 딸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서울에 갔다. 딸이랑 고속터미널 쇼핑몰에서 옷 구경을 하고 딸이 살고 있는 원룸에 갔다.

작은 서점 <관객의 취향>의 N열 시네마

딸 친구가 가려고 했던 작은 서점 [ 관객의 취향 ]에서 하는 N열 시네마에 대신 가기로 해서 딸은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고 나는 비 오는 봉천동 거리를 산책하듯 걸어서 서점에 도착했다. 맥주를 하나 시키고 2층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상영할 독립영화는 이용수 감독의 영화 <인서트>와 김소형 감독의 <선화의 근황>. 그중 <선화의 근황>은 페미니즘 글 모임을 하는 나에게 장면 하나하나가 상징적으로 읽혔다. 남자에게 여자가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고 동료로 존재하려고 할 때, 적용되는 평등이라고 착각하는 가혹한 잣대, 열심히 하면 남자와 동등하게 직급이 올라갈 거라고 믿는 순진한 착각, 결국 다른 여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지만 자신도 언젠가는 똑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현실.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영리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목요일은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에 가서 아침 7시 반부터 책을 읽었다. 스타벅스 드립 커피는 기대 이하였지만 3시간 남짓하게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학교에 가야하는 딸을 만나 대학내에 있는 채식뷔페에 갔다.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혼자 먹는 음식은 채식을 실천 중이고 점점 완전한 채식으로 나아갈 계획이라서 채식뷔페에 가 보았다. 구성원 가격 6500원, 일반 가격 7500원. 아삭아삭 야채와 밥을 배부르게 먹고 딸은 동아리 방에 기타 연습하러 가고 나는 중앙도서관에 가서 좀 구경하다 가지고 간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하고. 책을 둘러싸인 하루였다.

밤에 대학로에서 < 옥탑방 고양이 >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예전에 드라마로 본 기억이 있는 연극이다. 연극은 시대로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듯하여 실망스러웠지만 딸이랑 대학로 데이트로 만족스러웠다. 딸은 생맥주 한잔, 나는 소주 한 병을 먹고 동전 노래방에 가서 7000원 치의 노래를 부르고 딸의 원룸에 와서 잠들었다.

비건 빵집 <원더 로우>

금요일에는 점심을 먹고 샤로수길에 있는 비건 빵집 <원더 로우>에 들렸다. 쑥 브라우니가 정말 맛있었다. 스콘도 맛있었지만 쑥 브라우니는 자꾸 생각날 맛이었다.


오후 3시 버스로 다시 포항에 왔다. 혼자 외롭고 더웠을 고양이 우유랑 스킨십도 하고 시원한 물도 주고 우유 화장실도 치워주고 우유가 좋아하는 캔 간식도 따주었다.


며칠 동안, 잡식을 하고 술도 먹었더니 속이 너무 안 좋았다. 밤에 13.5km 달렸다. 15km를 채우고 싶었으나 화장실이 너무나 가고 싶어서 달리기를 중단했다.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위의 움직임, 소리, 내 관절이 내는 외침, 그리고 장의 외침까지, 참 내 몸의 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2박 3일의 서울 일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 반가운 일상.

과일과 채소를 씻고 썰고, 나는 이 과정이 참 좋은데 오늘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말 발견, 재료는 다듬는 행위는 명상과 비슷하다.

세상에는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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