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태원>

- 감독 강유가람

by 재나

2019년 12월 30일, 오후 2시,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영화 <이태원>을 보았다. 삼숙, 나키, 영화. 이태원과 40년의 생활을 같이 한 그녀들.


40년 전 미군 전용 면세 클럽 그랜드올아프리를 사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삼숙, 그녀는 15살부터 생선 장사를 해서 동생들을 부양했다. 그리고 40년 전, 그랜드올아프리를 사서 아직도 바텐더로 일하고 있다. 한평생 가족들을 부양하다 마흔이 넘어 미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남편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네가 남동생에게 자꾸 돈을 주니깐 저 나이 먹도록 자립하지 못했다고. 그러나 사람들이 이건 모른다. 돈을 딱 끊으면 남동생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우선 살아야 되지 않는가?’ 목소리에서 행동까지 자신감 있던 그녀이지만 어린 시절 내내 어머니를 구타한 아버지를 떠올릴 땐 어린 소녀가 된다. 아버지에게 폭행당한 어머니는 까무러쳐서 며칠 동안 운신도 하지 못했다. 그런 트라우마가 남아 80세가 다 되어 가는 그녀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운다.


결혼생활을 하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집을 나와서 외국인 전용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이태원에서 일을 시작한 나키. 그녀는 외국인 전용 바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한국 사람이 출입할 수 없어서, 나중에 자식들이 결혼할 때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전성기라고 믿는 인생의 어느 때를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녀. 이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 주방 일을 해야 하는 그녀, 스타일리시한 나키

영화는 18살에 이태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여동생이 먼저 이태원에 왔었고 그녀가 곧 따라왔다. 그리고 미군과 결혼해서 미국까지 갔다가 1년 만에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온 그녀. 그녀는 지금 지병 때문에 동생의 딸을 키우면서 동생에게 비정기적으로 받는 돈으로 살아간다. 그녀는 미군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 20년째 연락이 안 되는 여동생이 보고 싶다. 이태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음독을 시도했던 여동생은 아직 살아있을까? 폭력적이고 의처증이 있었던 해병대 출신인 미국인 남편에서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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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태원>에는 시대와 공간 속에서 상처 받은 여성들이 있다. 상처 속에서도 당당한 그녀들이 있다.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아버지를 대신해 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 살았던 삼숙,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태원으로 온 나키, 그리고 미군과의 결혼해서 미국에 갔다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온 영화.

그러나 그녀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 비장함이 있다. 아직도 바를 운영하고 있는 삼숙, 자신의 전성기를 회상하면 다시 속눈썹을 붙이고 화장을 하는 나키, 그래도 이태원 생활을 하면서 미국을 가보자고 했는데 자신은 미국은 갔다 와서 이 생활에 후회가 없다는 영화. 그런 삶에 대한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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