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 달리기
깜깜한 밤, 혼자 강변을 달린다.
야밤에 강변을 달렸다. 11시에 달렸을 때 문이 열려 있었던 카페나 술집들이 12시가 넘어서 달리니 하나둘 문을 닫았다. 여자 혼자 늦은 밤에 달리는 것은 좀 무서우니 환한 곳만 달렸다. 나만의 1km 구간을 만들어 거길 5번 왔다 갔다 한다. 달리기의 매력은 시작할 때는 하기 싫지만 달리다 보면 내 몸이, 근육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머리에서 땀이 떨어지고 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밤이 공허해서 술을 먹고 폭식을 하는 나쁜 행동 패턴으로 나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 늦은 밤에 달려보았다. 사람이 거의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있나 보다. 걷는 분들이 있다. 그 시간에) 강변을 달렸다. 간간히 있는 가로등 불빛과 나의 숨소리와 나의 발자국 소리만 있는 밤 강변을.
달리고 와서 샤워를 하고 우리 집 고양이 우유랑 같이 잠을 청했다 한 동안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서 요즘은 커피도 제한하고 핸드폰도 무음으로 하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 날짜는 하루를 더하지만 나는 하루를 마감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내가 좀 싫을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은 때 내가 쓸모없는 존재 같은 느낌이 싫고 존재의 허기를 유년기에서 찾았던 내가 싫을 때가 있다. 바꿀 수 없는 유년기,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지내온 나의 어린 시절들. 그것 때문에 아직도 내가 느끼는 존재의 허기가 짜증 나게 싫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더 나빠지지 않는 내가 존재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나를 복기하면 불쌍한 내가 있지만, 그것을 복기하는 현재의 나는 불쌍하지 않다. 그런 과거를 복기할 수 있는 나이니깐.
누구도 아닌 나만이 나의 과거를 다시 쓸 수 있으니.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내가, 달리는 내가 좀 괜찮은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