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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나 Aug 14. 2023

#2_노무사 수험 생활

- 기억의 소환

[#1_노무사 수험 시절]을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다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게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 나는 수험생활을 얼마나 충실하게 보냈는지,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쓰고 싶은 게 아니었다.

    

수험생활 동안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불완전했는지,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향해 갔던,

그 시간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노무사 수험은 암기, 암기였다.

물론 이해를 기반한 암기여야 했지만, 나는 이해가 되기 전에 무조건 암기하려고 했다.


 암기한 것을 불러내기 위해서, 빈 공책이나 A3를 펴 놓고 쓰다 보면, 자꾸 옛 기억이 떠올랐다.

(뇌과학적으로 단기 기억을 불러내는 뇌의 부분이 장기기억, 오래된 기억도 같이 불러낸다고 한다)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예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들이 했던 이야기가 그제야 이해가 되었고,

포항에서 만난 어떤 이의 산재 관련 이야기도 공부하면서 이해가 되었다.    

 

어느 날, 퇴직연금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전남편의 퇴직연금 관련 일과, 내 메일로 오던 그 정보들도 생각나고, 내가 얼마나 실생활에서, 삶에서 무지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면, 하루종일 이상한 자책감에 힘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어두운 스터디 카페에 있을 수 없어서

도림천을 걷고 또 걷기도 했다.     


 유명한 공부법 유튜버가 아침에 첫 공부로,

그 전날 한 공부를 백지에 떠올리는 공부법을 추천해서,

실천해 보다 이틀 만에 포기했다.  

    

아침에 어제 암기한 것을 떠올리다

옛 기억이 같이 불러 나오고,

그 기억에서 나오지 못하고  

하루 공부를 망치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에 쓰면서 외우는 공부를 무작정 하면서,

output이 아닌 input을 하면서

내 속에서 옛 기억이 불러 나오지 않기를 바랐었다.


스터디 카페


그렇게 나는 2차 시험 전날까지 스터디 카페에 앉아 있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도 많았다.

     

순간순간 어긋나고, 실패하고, 하루 공부를 망친 날엔 나를 자책했다.

     

그렇게 밤이 되면 오지 않는 잠을 자기 위해서 애쓰고,

새벽에 맑지 않은 정신을 깨워서 다시 스터디 카페 자리에 앉았다.   

  

 2차 시험, 두 번째 날 경영조직을 마지막으로 쓰고 나오면서 불합격을 확신했다.


그렇게 2차 시험을 치고 난 후 며칠 동안, 시험 치는 꿈을 꾸면서,

제대로 쓰지 못한 답안지를 다시 쓰면서 아침에 일어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예상하지 못한 합격 소식을 접했다.


     

어쩌면 합격은 매 순간 성공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좌절과 실패에도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불면과 강박의 날들   

  

아직도 나는, 강박으로 불면의 날들을 보내곤 한다.

     

지금도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보다


하루는 살고 있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의미를 두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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