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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나 Aug 25. 2023

노무사 수습처 구하기

#1_ 40대 후반 노무사 수습처 구할 수 있을까?

기대하지 못한 공인노무사 합격 소식을 접했다.

합격의 흥분과 기쁨도 잠깐, 수습처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11월 합격 소식 이후에 바로 수습처를 구한 노무사들도 꽤 있었다.

    

유아영어강사로서 12월 중순까지 근무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12월부터 수습처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접수했다.


공인노무사 홈페이지 수습노무사 채용란을 매일 들어가서 수습노무사 구인 공지를 확인했다.

노무법인의 정보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접수했다.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치열하게 구직활동을 해 보지 않은 나는 이력서를 완성하는 것부터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력서를 쓰며 객관적인 나를 확인했다.

     

노무사 합격수기에서는 자랑할 수 있었던 내 스토리가, 수습노무사로는 크나큰 약점으로 인지되었다.      

노무법인에 많은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

40대 후반의 나이, 기업경험 전혀 없음, 비법학비경영전공, 짧은 노무사 수험 준비기간,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력이었다.


빈약한 이력 사항에 무엇을 더 넣어야 하는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기술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업무적으로 어디에서 내 강점을 가지고 와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기술해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이 많은 노무사 합격자로서 어디서 조언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수험 중에 전화로 행정쟁송법 스터디를 했던 노무사님께 어렵게 어렵게 부탁하여(말 꺼내는것이 힘들었지 노무사님은 흔쾌히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공유해 주셨다.) 노무사님이 쓴 자기소개서의 일부를 읽어 보고 참고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내세울 것 없는 나 자신에 대해서 좌절하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을 위한 엑셀공부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12월 중순쯤에, 노무사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정장을 입고, 오전 9시까지 면접을 보기로 한 노무사 사무실에 갔다.   

  

대표가 아직 오지 않아서 긴장감 속에서 기다렸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대표가 왔고, 그때부터 무례하기 그지없는 질문과 가스라이팅이 시작되었다.    

      

대표는 노무사의 세계가 얼마나 치열한지,

거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노무사 자격증은 종이조각이라고 말하며, A4 지를 내 눈앞에서 던졌다.

     

“육식동물이 될 것인지, 초식동물이 될 것인지.  사자가 될 것인지,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인지.”


 자신이 노무사 세계의 1%라는 것을 자랑하면서 과도한 신상털이가 시작되었고,

절실했던 나는 내 신상을 너무나 진실되고 사실대로(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꾸미지 못하는, 진실을 말할 가치도 없는 인간에게 내 진실을 털어놓았던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다) 말했다.

 

 대표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려고 애쓰면서, 대표가 원하는 대답을 하려고 애써보았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오전 11시에 면접을 볼 다른 노무사님이 왔고,

나도 수습노무사 자리를 얻기 위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도 못하고, 또다시 대표의 노무사 세계의 포식자, 육식동물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1시 출근 때문에, 노무사 사무실을 나오면서 마스크로 가려진 입에서  욕이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욕을 마스크 안에서 내뱉으며, 참담한 마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 후에 찾아온 나의 더한 좌절은 수습처를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40대 후반에도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한 나의 미숙하고 어리석음 때문에 참담했다.     


수습노무사 첫 면접 이후에, 나는 한동안 노무사로서 쓰임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긴 터널 속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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