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의 연결 비행기가 캔슬되었다는 알림을 지난 10월쯤 받았고 곧바로 공항 근처의 호텔을 예약했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 타고 가면 되지 뭐. 별 거 아니라 생각했다.
실상은 별 거 아니면서도 동시에 별 거였다.
일단 12월 초에 코로나를 앓아서 체력이 무척 떨어져 있었다. 출발 자체가 3시간이나 지연되어서 밤 11시 넘어서 출발했고, 비행시간 내내 영화 한 편 겨우 볼 정도로 피곤했다. 내린 시간도 밤 10시쯤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짐이 나오는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11시 20분 다 되어서 공항에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그라운드 레벨로 내려가니 셔틀을 타러 가는 복도가 공사로 막혀있어서 밖으로 나가서 걸어가야 했다. 날씨는 추웠고, 11시 40분쯤 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른 호텔 셔틀이 다 와도, - 심지어 두 번씩- 와도 내가 묵을 호텔의 셔틀은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고, 여러 번 걸어 겨우 프런트와 연결되어서 11시 55분에 셔틀이 올 거라는 말을 들었다. 셔틀은 57분에 왔고, 다른 호텔과 달리 타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핸들링하기 힘든 큰 짐 두 개를 끌고 있었던 나는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겨우 누군가의 도움으로 짐을 실었고, 간신히 끼어서 자리에 앉았다. 내릴 때 역시 혼자서 짐을 들지 못하는 나는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민폐였다.
자정의 호텔은 체크인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고, 겨우 호텔방에 들어가니 12시 20분경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로비에 내려가 물과 몰슨 맥주 한 캔, 감자칩, 과일을 샀다. 방에 돌아와 나트륨 가득한 칩과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잘 수 없을 것 같았지만, 1시 반 경에 조금 잠이 들었고, 시간마다 깨긴 했지만, 4시 반 경까지 대충 편안하게 잤다.
샤워를 하고, 어젯밤 산 과일을 먹고, 6시 반 셔틀에 맞춰 로비에 내려갔다. 호텔에서 공항에 가는 여정은 어젯밤에 비해 훨씬 수월했다. 버스 드라이버가 내 짐도 들어줬고, 사람도 적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통과하는 US immigration 심사원은 미국에서보다 훨씬 친절했고, 필라델피아까지의 비행도 수월했다.
이렇게 해서 장시간에 걸친 미국으로의 귀환이 그럭저럭 무사히 마무리된 것 같았지만, 여독은 그다음 날 더 무섭게 나를 덮쳤다. 집에 와서 오후 늦게 좀 졸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던 몸 상태는, 저녁의 과음으로 인해 악화되면서, 결국 그다음 날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못 먹고 아니 안 먹고 하루종일 잤다 깼다 반복했고, 밤에도 시차 때문에 새벽 1시 반경에 조금 깨어있긴 했지만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루 온종일 그렇게 침대에서 누워 앓다가 겨우 그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갔는데 못 먹어서 그런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여독 때문인지 심하게 어지러웠고 급기야 샤워부스에서 졸도직전까지 갔다. 겨우 기어 나와서 침대에 누워 심호흡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 겨우 정신 차리고 커피도 마시고 달걀과 토스트를 좀 먹고 나서 정신을 차렸다.
이번 겨울 귀환길은 이렇게 다사다난했다. 노화 + 코로나로 인한 체력 저하를 절감하며, 이제 정말 비행은 편하게 해야 한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그리고 일 년에 두 번씩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던 삶- 지난 코로나 2년을 제외하고 거의 10년이 넘게 지속된 이 생활을 내가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생각도 이미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귀환길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내일인데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기에는 아직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정도가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물론 내 강아지가 내 책상 밑에 누워 내 발에 기대고 자는 순간의 행복감만큼은, 이 모든 고생스러운 귀환길을 상쇄해줄 만큼, 크다.
올해를 마감하는 이런저런 잡다한 글이라도 써보면서 시작만 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브런치에 이제는 자주 글을 써볼까 한다. 정리 안된 이런 단상이라도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