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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07. 2020

나 만의 글 쓰는 도구

얼마 전 브런치에서 글을 보았다. 글 쓰는 도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지는 나만의 글 쓰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글을 읽고 마음에서 바람이 불었다.

일단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글쓰기 도구는 핸드폰이다. 주된 글 쓰는 공간이 온라인이다 보니 핸드폰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끔 한글로 글을 작성할 때에는 공용 노트북을 사용했다. 나만의 폴더를 만들어서 그간의 자료를 저장해왔다. 이럴 때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도 사례 정리를 위해서 노트북이 필요하고, 아이들도 사이버로 학습할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은 온라인 수업도 해야했다. 그러면 나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나만의 글 쓰는 도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 노트북을 사기엔 가격이 부담되었다. 열심히 중고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넷북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노트북보다 크기도 작아 휴대하기 편했다. 한글 작성이 목적이라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광고 문구에 혹했다. 그래. 나는 그것만 하면 된다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했다. 넉넉지 않는 내 주머니 사정을 어찌 알았을꼬.

폭풍 검색 끝에 믿을 만한 곳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했다. 3개월 AS도 가능했다. 어제 회사에서 저녁 먹는 중에 넷북이 도착했다는 배송 업체 문자가 왔다. 그와 동시에 핸드폰 카톡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 이 비굴함이란.... 마치 아내가 눈앞에 있는 듯한 이모티콘 작렬~!

이럴 땐 무조건,

야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 최대한 몸을 낮추었다. 다행히 아내는 별말이 없었다. 이때가 기회였다. 얼른 아이들을 불러 함께 개봉했다.

이 영롱한 자태를 보소. 생각보다 아기자기했다. 부팅 속도도 괜찮았다. 당장이라도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느낌은 뭐지. 아내는 나의 한껏 상기된 모습을 보고는 한 소리를 던졌다.

"노트북은 중고로 사는 것 아닌데. 쯧쯧쯧."

나는 한글만 사용해서 괜찮다는 말과 함께 유난히 저렴한 가격을 강조했다. 아내는 배터리 소모되니깐 사용할 때 반드시 전원 코드를 사용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역시 생각해주는 것은 아내밖에 없다. 네. 꼭 코드 꽂아서 사용할게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 볼까. 테이블에 앉아 나만의 도구 앞에서 글 쓰는 상상만으로도 왜 이리 기분이 좋은 거지. 이러다 작품 하나 나오는 것 아냐? 아냐. 그만.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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