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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12. 2020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요즘 가끔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퇴직한 선배를 만나면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한다. 막상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만 뚜렷하다. 도시에는 살고 싶지 않다.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다. 도시에 살고 싶은 아내와 절충해서 산 밑에 있는 집이면 좋을 것 같다. 집은 둘이 살기에 적당한 크기에, 가끔 아이들이 놀라 와도 비좁지 않은 수준이면 될 것 같다. 필요한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 식물 키우기에는 젬병이지만, 집안에 화초도 가득하면 좋겠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키워볼까 생각 중이다. 집 앞 조그만 공간이 있으면 텃밭도 가꾸고 싶다.

문제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될까이다. 최근에 퇴직을 앞둔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지금 숲 해설사 과정을 준비 중이다. 사이버로 관련 학과를 이수하고,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 말에 귀가 쫑긋했다. 숲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구체적으로 과정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일단 마음의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얼마 전 읽은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주인공 은섭은 고요한 마을에서 독립서점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나중에 독립 서점을 운영해보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곳에서 은섭처럼 독서 모임도 운영하면 좋겠다. 독서 모임은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틈 날 때 글도 쓰고, 좋은 작가를 만나면 북 토크도 진행하고 싶다. 물론 장소, 콘셉트, 돈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또 하려고 하면 무엇이든 못할까. 책방도 장바구니에 놓았다. 관심 있는 것이 생길 때마다 기록하며 정리해 나가야겠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남았다. 철학적 명제처럼 어렵다. 그냥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았다면, 이제는 어떤 방향을 두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모호하다. 부쑥 떠오르는 것은 관계이다. 그쯤 되면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 빈자리를 아내와 채워야 한다. 아내와는 어떤 관계 정립이 필요할까. 같이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런 행위 말고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겠다. 친구들도 잘 챙겨야 할 것 같다. 이쯤 되니 계속 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고 있다. 앞으로 함께 할 사람은 지금부터 챙겨야겠다. 자주 연락도 하고 시간 날 때마다 만나며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겠다.

어떤 삶 안에 꼭 하고 싶은 것은 소박한 삶이다. 물질의 군더더기는 최대한 버리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는 꼭 실천하고 싶다. 물론 아내와 협의가 되어야 할 테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답으로 향한다. 멀었다 안도 말고 지금부터 찾아가는 노력을 해보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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