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은.

by 실배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철 없이 어릴 때 덜컥 결혼하였고. 아무런 준비 없이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 눈에 비친 나는 어떤 아빠일까. 궁금하긴 해도 섣불리 물어보긴 두렵다. 아이들은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첫째는 복덩이였다.

신혼 초에 어머니와 아내가 종교 문제로 고부간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나도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우리 부부는 산동네에 살고 있었다. 가장 꼭대기에는 아빠랑만 사는 5살 남자아이가 있었다. 가끔 가서 놀아주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아이 혼자만 울고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아빠가 떠났다고 했다. 그 아이를 꼭 안으며 내가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이 깼다. 그리고 며칠 뒤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내가 태몽을 꾼 것이다. 맙소사.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 후 자연스레 모든 갈등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토록 가족 모두를 힘들 게 한 문제였는데. 그런 의미로 우리 아들은 복덩이였다.

아내는 유독 진통이 심했다. 10시간이 넘는 진통. 그리고 무통 주사를 잘 못 놓아, 몸의 왼쪽은 고스란히 그 고통을 떠안았다.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옆에서 손을 잡고 지켜볼 뿐. 그렇게 고통의 순간이 지나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세찬 비처럼 쏟아졌다. 어떤 세상의 단어로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가 커가면서 나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었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못한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고. 지금 와서 어느 정도 그 약속이 지켜진 것 같긴 한데 요즘 아들이 나를 아빠인지 형인지 착각할 때는 과연 내가 잘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산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글을 쓰면서 새삼 우리 아들이 복덩이였음을 깨달았다. 늘 함께 자는 내 반쪽에게 구박은 그만하고 더 잘해주어야 할 텐데.

둘째는 기적이었다.

첫째가 태어나고 나는 줄기차게 둘째를 원했다. 하지만 아내는 일을 더 하고 싶어 했고, 둘째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감도 크게 느꼈다. 그러나 첫째가 커갈수록 아내도 둘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둘째를 갖기로 결정했다. 그 기간이 3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둘째는 생각처럼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만 포기할 무렵 봄바람 설레듯 살포시 다가왔다.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찾아온 소중한 인연으로 기쁨의 바다에 퐁당 빠졌다.

그러나 아내가 일상적인 산부인과 진료를 다녀온 후 표정이 어두웠다. 자궁 쪽에 문제가 생겨서 경과를 보고 수술까지 해야 된다고 했다. 심할 경우에는 아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도 아이도 너무나 걱정되었다. 아. 어떡하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일단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그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며칠 뒤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히 설명을 해주셨다. 아내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치료가 된다고 했다. 기적이었다. 둘째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내의 병을 고쳐주었다.

첫째와는 달리 진통도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다행히 이번에는 무통 주사도 이상 없었다. 첫째를 보아서인지 둘째는 떨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둘째를 처음 보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우리에겐 기적 같은 아이였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뭐든지 느려서 걱정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씩씩하게 초등 학교생활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하다.

부모는 미성숙했다.

복덩이와 기적 같은 아이를 키우며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사실 성숙한 채로 부모가 된다면 참 좋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성격도 불같이 급하고, 마음도 콩만큼 작고, 나만 아는 이기적인 면도 많다. 이런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며 기다릴 줄도 알게 되고, 마음의 크기를 조금씩 넓혀가고, 배려라는 걸 하고 있다. 아직도 많이 미성숙한 나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점점 나아짐에 감사하다. 그런 의미로 보면 아이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스승 같다. 그래서 이런 변화들이 참 좋다. 솔직히 나는 아이에게 완벽한 아빠가 될 자신은 없다. 조금 부족하고. 서툴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고. 사랑한다는 표현 원 없이 하는 팔불출 아빠가 되고 싶다.

부모라는 것. 나에게는 여전히 큰 무게로 다가오지만. 앞으로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그 길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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