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아들과 종종 부딪힌다. 벌써 사춘기가 시작되었는지. 갈등 상황에서 감정이 격양되면 주체를 못 한다. 내 한마디에 세네 마디 던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마음에도 큰 파도가 울렁인다. 어떨 땐 고놈의 주둥이를 콱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주로 아들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유독 심하다. 그런데 마냥 아들 탓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되는 데는 나도 한몫하고 있다.
2주 전 토요일. 나는 회사에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겼다. 그날 퇴근 후 저녁 5시쯤 집에 오기로 한 아내는 둘째 친구 엄마와 아이들을 키즈카페 데려가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오후가 지나 방과 후 교실을 마친 아들이 집에 왔다. 오자마자 점심은 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고 싶다고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자장면 시키고 밥 먹고 나면 빨라야 오후 1시 반. 서둘러 회사에 도착하면 오후 2시가 넘는다. 저녁 5시 전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오후 4시 반 전에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도저히 그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1차 협상. 나는 회사에서 자장면을 시켜줄 테니 거기서 먹자고 제안. 탕수육까지 시켜준다는 달콤한 유혹까지. 아이가 단호하게 싫다고 거절. 꼭 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협상 결렬. 나는 살짝 열이 올랐다.
2차 협상.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엄마가 퇴근 후 둘째와 키즈카페를 가야 해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어필.
아이는 왜 토요일마다 회사만 가냐고. 거절. 하긴 최근에 연달아 가기는 했다.
또다시 협상 결렬. 이때부터 내 머리 위에서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일단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3차 협상 준비에 돌입했다. 사건 전 날 쉬는 시간, 패드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는 듯했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사건 당일 방과 후 교실에 패드를 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본다고 했는데. 잘 안된 것 같았다. 어느덧 시간은 20분이나 지났다. 서둘러야 했다.
3차 협상. 회사에 패드를 가지고 가서. 내가 인터넷 검색해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제안. 아들은 그곳에 와이파이가 안돼서 패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과 내가 게임을 하나도 모르는 점을 강조하며 거절.
최종 협상 결렬. 머리 뚜껑이 활짝 열렸다.
나는 잔뜩 화가 난 체 모든 탓을 아이가 게임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돌렸다. 사실 나는 전부터 아들이 게임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 너무 이르다 생각했다. 요즘 주변에서 다 한다는 아내의 말에 그간 참고 있었는데. 모든 원인이 게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거세게 몰아쳤다. 사실 게임을 집에서 하고 싶은 마음에 가기 싫은 것은 아니냐고. 아들은 아니라고 했다. 거짓말 같았다. 아들은 아들 대로 아빠는 아빠 말 만 늘 옳다고 한다며 목소릴 높였다. 설전이 오가다. 나는 갈지 말지 선택하라고 했다. 아들은 끝까지 안 간다고 했다. 결국 아들을 남겨둔 체 딸과 회사로 향했다. 다행히 집에 처남이 있어서 마음 한쪽에는 안도가 된 것도 있었다.
사실 그날 저녁 함께 영화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둘 다 기대를 많이 했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영화를 취소하고 싶은 치사한 마음이 마구 들었다. 때마침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아들이 엄마한테 전화한 모양이다. 나는 아내한테도 날 선 말을 건넸다. 요즘 아들이 게임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애당초 게임을 허락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등. 아내는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임 때문이 아니라 집에서 밥 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개미가 모래에 지나가는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말했다. 순간 화 난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참 단순하다. 나는 아들을 방으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집에서 밥을 먹고 싶었고. 처음에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아빠의 짜증 나는 말투가 싫었다고 했다. 부드럽게 이야기해주었으면 나와 회사를 같이 갔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그랬나. 나 딴엔 차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아니었나 보다. 하긴 급해지면 마음이 한없이 좁아진다.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나는 짜증 나는 말투 안 하기. 아들은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 받아들이기.
아이를 키우면서 갈등 상황에서 미숙한 나를 발견한다. 유독 부정적 감정들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내 안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음이 있어서. 막상 그 감정이 나에게 오면 회피하거나. 대충 넘어가려고 하거나. 그도 저도 안되면 화를 내게 된다. 나의 문제가 고스란히 아이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아이 만 탓할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이 부분에 성숙해져야 한다. 참. 어렵다. 여태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야만 한다. 자주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상황과 마주쳤을 때 그대로 받아들이데, 다르게 행동해보기. 잘 될까 싶기도 한데. 얼마 전 사내 교육에서 강사님이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하라고 하셨다. 일단 해보는 것으로.
#자녀양육, #부적 감정이 밀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