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우렁찬 소리가 식탁 너머로 부엌 가득 울려 퍼졌다. 일요일 점심, 우리는 무얼 먹을까 잠시 고민 중이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종일 생활하면서 삼시세끼 차려 먹는 것이 곤욕이었다. 주중에 보았던 장은 이미 동이 났다. 궁여지책으로 아내는 짜파게티를 먹자고 제안했다. 평소 라면이면 사족을 못 쓰는 아들 녀석이 웬일인지 강하게 반발했다. 녀석도 참. 지난주에 먹었다고 싫다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버려 두고 우리만 맛있는 짜파게티를 끓여 먹을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생각에서 끝냈다.
"그럼, 뭘 먹고 싶은데?"
"밥."
짧고도 굵은 한마디였다. 그건 알지만 찬거리도 없는데 참. 냉장고를 살펴보니 달랑 달걀 몇 개만 있었다.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계란밥이 떠올랐다. 원래 계란밥은 달걀 반숙으로 비비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아내와 아들은 완숙을 좋아했다. 오케이 그럼. 반반으로 하면 되지. 그때였다.
"아빠. 나는 짜파게티 먹을래."
딸의 기습공격이었다. 그래 다 먹자 다 먹어.
먼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였다. 그리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열했다. 남북으로 나눠서 윗 쪽은 반숙, 아래쪽은 완숙 프라이를 만들었다.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그 위에 프라이를 얹었다. 진간장 한 스푼과 참기름 반 스푼을 넣고 열심히 비볐다. 반 숙은 터지면서 노란 국물이 밥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게 제 맛이지. 드디어 계란밥 완성.
물이 다 끓어 라면과 건더기를 넣었다. 언젠가 TV에서 라면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공개하는 것을 보았다. 정답은 물의 양과 시간이었다. 라면 봉지에 담긴 물 양과 시간만큼 끓여야 제일 맛있었다. 600ml의 물을 넣었으니 5분 정확히 끓이면 되었다. 마지막은 물 8숟가락 정도 남기고 분말 수프와 올리브 조미유를 넣고 비비면 된다. 여기서 아내에게 배운 비법이 있다. 면을 따로 꺼내지 않고, 불을 최대한 줄인 채 그대로 끓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발이 더 쫄깃하고 간이 잘 배었다.
그렇게 계란밥과 짜파게티 조합으로 일요일 점심이 완성되었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짜파게티는 안 먹겠다는 아들이 스멀스멀 딸이 먹는 짜파게티에 눈 독을 들였다. 녀석도 참.
"아들, 짜파게티 좀 줄까."
슬 아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응!"
그릇에 조금 덜어 주었다. 호로록거리며 잘 도 먹었다. 이내 싹싹 비웠다.
"아빠. 나 짜파게티 하나 끓여주면 안될까?"
뭐시라! 아까 진즉 먹지. 그래도 잘 먹으니 이번만 봐준다. 싱크대 서랍 안에서 냄비를 꺼내 물을 넣고 끓였다.
머리를 밥그릇에 콕 박고 열심히 밥을 먹는 두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며 입가엔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