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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31. 2020

1년 365일 그리고 365번째 글

2020년 글과 함께한 희로애락

오늘은 12월에 쓰는 마지막 글이다. 글을 왜 쓰는가 하는 물음조차 잊은 체 그저 끄적였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2020년은 매일 글쓰기를 마음먹고 실천한 2년째가 되는 해였다. 글 수를 헤아려보지 못했지만, 하루에 한 편씩 썼으니 오늘이 365번째 글이 될 것 같다. 블로그에 쓴 글 일부를 브런치에도 동시에 발행했고, 브런치에만 쓴 글도 있다. 운동선수도 2년 차 징크스가 있듯이 나 역시도 글에 부침을 겪었다. 어떤 날은 한자도 적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썼다. 민망함에 치를 떨더라도.

돌이켜보면 글로 행복한 일이 참 많았다. 웅크린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었다. 연초에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기록을 책으로 내는 계약을 맺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나씩 글을 정리하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시간이 참 고왔다. 운명처럼 다시 만난 책 그리고 독서 모임. 이제는 내 인생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출근 시간에 걸으면 등에 땀이 차는 여름이 되었다. 하반기 인사 때 한 사람 몫의 업무가 고스란히 넘어왔다. 직장 생활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일에 치이고 허덕이며 그저 하루를 버텼다. 그때 브런치에서 출간 제안을 받았다. 위기가 기회란 말처럼 삶의 활력을 찾았다. 잠깐 행복 후 글을 써야 하는 부담이 찾아왔다. 사실 오늘도 진행형이다. 딱히 방법이 있으랴. 그저 쓰는 수밖에. 새해에 나올 책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다.

매일글쓰기 온라인 모임은 꾸준히 참여했으나 마지막에 신청을 못 하여 마무리를 못 한 것이 못내 아쉽다. 혼자 써왔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 함께 한 글벗에게 말로 다 못할  고마움이 가득하다. 1년간 꾸준히 참여한 멤버들과 합평 모임을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글을 모아 '라떼처럼'이란 구독 서비스를 도전했다. 매일 정오에 글이 메일로 구독자에게 발송되었다. 그 시간은 어찌나 가슴이 콩닥거리던지. 생각보다 많은 분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했다. 무엇보다 오랜 글 벗들과 함께한 일이라 의미가 깊었다.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무언가를 저질렀다. 브런치에서 구독하는 작가님이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란 이름으로 참전 공고를 올렸다. 책장 속에 숨겨둔 책을 발견하여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 글을 모아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 공모전에 도전한다고 했다. 몹시 바쁜 시점에 고민되었지만, 덜컥 신청했다. 매일 발행되는 고품격 글을 보며 초조를 넘어 공포를 느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이란 역시 쓰는 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기한 안에 글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책장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잊고 지냈던 추억을 찾았다. 늘 저지르고 후회하고 나중에 뿌듯해하는 반복이다. 언제쯤 이 고리를 끊으려나. 관 속에 들어갈 때?

조금씩 살과 뼈에 으스스함이 찾아왔다. 그때 브런치에서 세 번째 제안을 받았다. 예전에 브런치 한식•문화 공모전에 제출한 '어머니의 비지찌개'란 글을 보고 샘터에서 연락이 왔다. '할머니의 부엌수업'이란 코너에 글을 싣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를 인터뷰해서 요리 과정과 그와 연관된 사연을 담는 것이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흔쾌히 허락하셔서 진행했다. 나중에 실린 글을 보고 어머니께서 무척 기뻐하셔서 조금의 효도를 한 기분이 들었다. 글이란 탱탱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같다.

올해를 정리해보니 신기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글과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그만큼 무언가를 계속 벌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2020년을 떠나보낸다. 코로나로 인하여 장기간 친구들과 지인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소통하는 이웃 덕분에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다. 랜선 이웃을 넘어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2021년에도 변함없이 매일 글을 쓸 것이다. 소소한 일상이 글을 통해 찬란한 빛으로 탈바꿈한다.

기대를 가득 품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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