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주말에 내내 방콕이다. 가끔 바람도 쐬면 좋으련만, 나가는 것이 부담이다. 뭐. 나름 잘 지내고 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있다가, 한두 번씩 우지끈, 빠지직 큰소리도 난다. 같은 공간에 오래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아내가 가뭄의 단비 같은 제안을 했다. 아는 언니가 이야기해주었는데, 양평에 별 보러 가기 좋은 곳이 있다고 했다. 길가여서 잠시 차를 대고 별 만 보고 오면 되었다. 흥이 나서 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 :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
아내 : “됐거든.”
나: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
딸 : “싫어.”
나 :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아들 : “왜 이래.”
그리곤 민망했는지 박장대소했다. 갈기갈기 찢긴 내 마음은 어디서 꿰매야 하는지. 그래도 괜찮아. 이제 별 보러 가잖아. 별은 삶 속 깊은 곳에 박혀있다. 가장 좋아하는 시는 김광섭의 ‘저녁에’ 요, 눈에 영원히 담은 아름다운 광경은 대학 때 농활에서 만난 별이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말랑해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핸드폰 전문가 모드를 통해서 별 사진이 잘 나오는 방법이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저녁을 먹은 후 단단히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양평 벗고개였다. 올림픽 대도 옆으로 펼쳐진 야경이 장관이었다. 얼마 만에 보는 저녁 빛이란 말인가. 다들 말도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별을 보러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갈수록 길이 어두웠다. 가로등도 없는 산길을 상향 등에 의지한 체 더듬더듬 기어갔다. 뒤에서 딸은 공포 영화 찍기 딱 좋다며 무서워했다. 그러게. 앞에서 뭐라도 튀어나올까 긴장되었다. 드디어 터널이 보였고, 길가에 정차된 차들이 보였다.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별을 보러 나왔다.
잔뜩 기대한 체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님이여 나를 바라보소서. 잉.... 이게 뭐지. 별은 온데간데없고, 구름 낀 하늘 사이로 흐릿한 형태만 보일 뿐이었다. 더구나 달빛은 얼마나 밝은지. 주변을 모두 덮어버렸다. 가는 날이 장 날이었다. 별 보기 심히 안 좋은 날이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차 안에서 구름이 물러가길 기다렸다. 간간히 내려 별을 살펴보았다. 시간이 지나도 물러갈 기미가 안보였다. 오늘은 몹시 수줍은 날인가 보다. 벌써 밤 10시가 다 되었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해서 더는 머물 수 없었다. 아쉬움을 가득 품고 발 길을 돌렸다.
비록 원하는 만큼 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래간만에 여행 기분을 냈다. 아이들과 구정 때 다시 오기로 했다. 그때는 별님이 부끄러움을 벗고 얼굴을 활짝 내밀었으면.
돌아오는 길, 그래도 별을 보아서 일까. 한 결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런 소소한 추억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요즘이다.